[김태언의 베트남 통(通)]술렁이는 베트남 교민사회...한국 이미지 추락에 '전전긍긍'

2020-02-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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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내 한국발 코로나 주의보 발령...현지언론, 한국 상황 대대적 보도

베트남 공안, 일부 한국가정 불시 방문검사...보건부는 서면 답변서 요구

한인지역 내 확진자 발생시 상황예측 어려워...‘하노이도 초비상’

24일 베트남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전격 시행된 가운데 현지 베트남 한인사회도 술렁이는 모습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중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늘어나자, 이제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노이 한인밀집지역에 거주하는 A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코리안...코로나’하면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맴돌아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이나 쇼핑센터에서도 한국인처럼 보이면 예전보다 본인을 멀찌감치 대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민 B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그랩(공유차량서비스)을 탔다가 불쾌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는 차량을 타고가다 운전기사가 한국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보여줬다며 앞으로 중국인들처럼 한국인은 태우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하노이 하동의 한 한국-베트남 가정에는 25일 밤 공안들이 집에 몰려와 베트남인 배우자와 한국에서 언제 돌아왔는지, 한국에 고향은 어디인지,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지 상황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한·베 가정의 가장인 C씨는 “본인이 바로 어제 입국했는데 아마 집주인이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나서 신고를 한 것 같다”며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인 거주지를 공안들이 찾아가 확인하고 있는 애기를 들었다. 곧 하노이 한인밀집 지역인 미딩에도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24일 입국제한 강화 조치와 함께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행령을 발표했다. 보건부 발표내용에 따르면 한국인을 포함해 코로나 발생지역에 외국인이 신규 입주할 경우 우선 신고해야 하며 만약 이상 증상이 있다면 관할 공안은 해당 외국인을 격리 조치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공안이 특히 한국인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딩지역 아파트인 골든팰리스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공안이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거주자의 신원과 최근 행적을 기록하라는 서류가 집 앞에 놓여 있었고 이를 관리사무소에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인 밀집아파트인 미딩의 에메랄드 아파트에는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입주민의 경우, 우선 신고를 해야한다는 내용의 한국어로 된 공문이 모든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붙어있었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친 지 2달여. 이미 항공, 숙박, 여행 등 관련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제 문제는 한국의 이미지와 베트남 내 한인 거주 여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메랄드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일시적인 불황은 이겨낼 수 있겠지만 한류, 질 좋은 한국제품, 박항서 감독 등으로 형성된 좋은 한국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당장 베트남의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들이 밀집해있는 하노이 미딩지역이 상당한 위험지역이라며 미딩에 가면 안된다는 애기까지도 나돌고 있다.

미딩의 한인식당에서 근무하는 한 베트남 직원은 한국은 선진의료시스템과 청결과 위생으로 유명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두고 베트남 사람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반신반의한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베트남 언론도 한국의 코로나 확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뚜오이체, 탄닌, 하노이모이 등 주요언론은 종합면에 한국 관련 코로나 기사를 연일 게재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1은 코로나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의 확진자가 900명을 넘었다며 베트남 격리된 한국인들과 베트남 내 주요 한인 밀집지역 현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노이한인회는 코로나19 관련 특별 가동팀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 상황을 대비해 한국대사관과 연계해 대구·경북지역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구분하고 빈맥, 빈푹 등 주요 한인 병원들을 활용해 한인들을 위한 응급 의료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윤상호 하노이 한인회장은 “한국뿐 아니라 하노이도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만약 미딩 내에서 한국인 확진자가 나온다면 베트남 정부의 특성상 한인 지역이 일순간 폐쇄되는 등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5일에도 대구에서 하노이로 넘어온 한 교민이 코로나 의심증세가 발견돼 긴급히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 난 사례도 있었다.

1146 vs 0. 한국과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다. 베트남 주요 언론들은 25일부터 베트남이 드디어 0명이 됐다는 사실을 온라인 머리기사로 선정하고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베트남 정부 발표를 100%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부 의견이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코로나 여파에 양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25일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하노이 한인타운의 오후 거리는 한산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여파로 예배. 각종 모임들이 대부분 취소된 까닭이다. 길거리에는 일부 한인들만이 삼삼오오 모여 한식당에서 실시간으로 뉴스화면을 보고 있었다.

수년째 미딩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청기와 대표는 “사스, 메르스 때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며 “현재 교민사회에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인상권 내 폐업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상황을 토로했다.
 

26일 베트남 하노이 한인밀집지역인 미딩송다 거리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태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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