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홍콩증시만 뚝뚝 떨어질까

2020-02-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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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2004년래 최저 수준…中본토증시보다 더 하락

홍콩시위,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사태…중국계 기업 실적 전망 '암울'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시위,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까지 강타하면서 홍콩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과 비교하면 2004년 이후 약 16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본토 우량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300지수(CSI300)와 비교해서는 3년래 최저치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본토 주식시장보다도 실적이 시원찮다. 홍콩 명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사태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한 이래 현재까지 항셍지수는 약 7% 하락했다. 같은 기간 CSI 300지수는 1.2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홍콩 시위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홍콩 경제 주축인 관광·소매산업이 위축됐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는 거의 '마비'된 상태다. 이에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며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홍콩 경제 전망도 암울하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의 경제적인 충격이 본격화한 이달 이후 경제학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홍콩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1.2%였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는 작년의 홍콩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치로 2년 연속 침체에 빠지는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홍콩 입법회(의회 격)는 지난 20일 300억 홍콩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홍콩은 자국의 화폐 가치를 달러화에 연동시키는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홍콩달러가 달러화와 연동되기 때문에 통화, 재정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외국인들이 쏠리고 있는 중국 본토 증시와 비교된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앞서 블로그에 "홍콩이 쓰나미 같은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기 진작책으로 인한 지속적인 지출 부담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로널드 완 파트너스캐피탈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경제는 매우 불균형한 구조"라며 "소매·관광업 의존도가 큰 만큼, 코로나19로 중국 본토 관광객이 급감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 현재로선 리스크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시티은행도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내달 홍콩 증시가 계속해서 중국 본토와 비교해 부진한 성적표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계 기업이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하면 중국 본토보다 홍콩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개미투자자가 70%를 차지하는 중국 본토 주식시장과 달리, 홍콩은 기관투자자 중심이라서 펀더멘털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투자은행 제퍼리 중국전략연구 책임자 알렉서스 리는 "지난해 홍콩 시위 장기화로 소매, 부동산, 관광업 등 많은 업종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홍콩 시위 사태)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지난해 실적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런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홍콩 펀더멘털이 올해 얼마나 더 악화될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현재 홍콩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9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다. ​한편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5일 오전 6시부터 홍콩에 거주하지 않는 한국인의 홍콩 입국을 금지한다고 24일 밤 발표했다. 또 각급 학교에 내린 휴교령을 기존의 3월 15일에서 4월 19일까지로 재차 연장했다. 
 

홍콩 시내에서 행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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