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모두 5주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최고점에 비해 20%나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돌입했다. 가장 큰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의 수요감소가 명백해지면서 국제유가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올해 초 전문가들이 예측한 유가의 평균가격이 60달러에서 70달러 선이었다.
◆"중국 올해 원유 수요 증가 0 수준일 수도"
미국 금융기업인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는 10일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가 이제 유가·에너지 시장에서 '진짜 블랙스완'이 됐다고 평가했다. 워런 파이스 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중국의 석유 수요를 하루 200만~300만 배럴 줄일 수 있다"면서 "이는 올해 중국 내 수요 증가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3년 사스 발생 때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에 대해 '헛수고'라고 지적하면서,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수치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도 원유시장이 약세를 보인 적이 있었지만, 당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약세였다면 이번은 수요부족으로 인한 약세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수요감소 어디까지? 불투명성이 가장 큰 공포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원자재 전문 애널리스트인 로비 프레이저는 보고서에서 “중국 원유시장의 수요 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얼마나 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컨설팅업체인 서브라임 차이나 인포메이션 데이터를 인용, 산둥성에 있는 민간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은 지난 7일 기준으로 50.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설 연휴 전의 64.56%에 이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원유 재고의 증가는 가동률을 더욱 낮추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프레이저는 보고서에서 "만약 올해 2분기까지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될 경우 중국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 원유의 연간 수요 성장률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면서 “중국은 산유국들에는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근의 위기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들에게 큰 고민을 던져주었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는 "지난 6일 OPEC 및 주요 산유국들이 공동기술회의에서 유가 하락에 대비해 감산 조치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 하면서 하락세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가 하락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식도 하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아람코의 주가도 원유 약세와 함께 하락했다. 두바이에 위치한 알만 캐피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제시 반다리(Vrajesh Bhandari)는 “아람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의 원유 수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