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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배우 마동석은 공유의 직업이 펀드매니저란 사실을 알자 "남들 피 빨아먹고 사는 개미핥기"라고 표현한다. 펀드매니저들 입장에선 당연히 불쾌한 대사다. 무턱대고 직업을 비하했는 데 마음이 편할리 없다.
또 펀드매니저에 대해 고액 연봉을 받는 화려한 직업이란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펀드매니저들 입장에선 실적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니 억울한 면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펀드매니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수익률 때문이다. 주변에서 펀드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반면 쭉쭉 빠지는 수익률에 속 터진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만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젠 수익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펀드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사건까지 터졌다. 이른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다. 라임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선 내로라하는 회사이니,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믿고 돈을 맡겼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환매 연기 사태로 그런 믿음은 와르르 무너졌다. 얼마 전 회계법인 실사 결과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최악의 경우 원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라임자산운용에서만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게 아니다.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환매 연기 위기에 빠졌다. 증권사들이 펀드 운용 자금을 지원해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기로 해 빚어진 사태다.
잇단 대규모 환매 연기로 자산운용사들이 줄줄이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자산운용사를 이끌던 펀드매니저들도 변명의 여지 없이 머쓱해졌다.
라임자산운용은 실사 결과를 반영해 자산별 평가가격을 조정한 뒤 오는 14일 상환·환매 연기된 펀드들의 예상 손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을 내놓을 방침이다.
투자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 정해지면 일반 투자자와 펀드 판매사 및 라임자산운용 간 분쟁조정 신청과 소송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 자산운용 시장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뿐 아니라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까지 깊어질 것으로 보여 더욱 우려된다. 가뜩이나 재테크 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시장도 침체됐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변동성 심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주식 직접투자로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어쩌면 펀드는 재테크를 하려는 개인들에게 최선이자 최후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를 믿고 그들에게 의지해 자산을 조금씩이라도 불려나갈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현실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다반사다.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들은 개미핥기란 조롱에 섭섭하거나 불쾌하겠지만, 그에 앞서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좋은 실적을 내는 거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이 마음대로 시장을 움직일 수는 없으므로, 수익률을 좌지우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펀드를 운용하고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있어서 적어도 기본을 지켜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방법이자 최우선적인 의무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시장과 업계를 관리·감독해선 안 된다. 펀드매니저는 분명 개미핥기가 아니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