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사장은 태양광 사업 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CCO)를 역임하며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가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에 한화큐셀을 흡수 합병시켜 만든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김 부사장이 처음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이날 김동관 부사장은 “인간은 금전적인 것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며 “기업이 이타주의를 고취시키고 모두를 더 낫게 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라고 말했다.
“기업과 사회 지도층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도자들은 실질적 이익보다 기업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해 한화그룹은 한화솔라원을 인수했고 이듬해인 2011년 김동관 부사장은 이곳으로 거취를 옮겼다. 2011년 태양광 산업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출혈 경쟁, 수요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솔라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동관 부사장은 안정적 사업을 유지하는 곳이 아닌 ‘위기’에 뛰어든 셈이다. 국내 주요 그룹 승계와는 분명 달랐다. 이 대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선친인 김종희 전 회장 별세 후 29세 나이에 회장직에 올라 현장에서 ‘경영’을 몸소 체득했다. 김 부사장이 스스로 ‘태양광’을 선택했을 수 있지만 김승연 회장이 중시하는 현장 경험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2010년을 시작으로 올해(2020년)까지 총 11번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다. 오랜 유학생활을 기반으로 국제 행사경험까지 쌓으면서 국제적 감각을 키웠다. 학창시절부터 인맥 네트워크 구축에 힘썼고 이러한 활동은 다보스 포럼에서도 이어졌다.
다양한 시선을 갖고 여러 사람과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만큼 단순 태양광 산업을 넘어 태양광 생태계에 집중했다. 중국 태양광 산업 성장세가 위협적이지만 경쟁보다는 전체 시장 활성화를 염두에 뒀다. 더 나아가 에너지 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가지면서 한화그룹 태양광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 ‘이타주의’는 태양광이 ‘에너지’ 중 하나로 머물지 않고 ESS와 결합을 통한 사회 인프라 확충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그룹 태양광 사업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4조4000억원으로 2018년 3조62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00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2010년 그룹 태양광 사업 철수를 고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안정적 수익성 확보는 여전한 과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대해 기존과 같은 반덤핑 관세를 지속 부과하기로 했다. 무역규제가 지속되면서 가파른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김동관 부사장은 그간 강조해왔던 태양광 생태계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시장 개척과 사업모델 혁신 등을 통해 여전히 녹록치 않은 산업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폭넓은 식견을 가진 만큼 태양광과 함께 그룹 주력 사업인 방산, 화학으로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룹 전체를 이끌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어떤 현장이든 직접 뛰어들어 경험하는 행동은 예상보다 빠른 ‘뉴 리더’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