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 '봉쇄령'이 떨어진 지 약 일주일이 지난 29일, 우한 시내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완(萬)씨는 이같이 말했다. 깊은 한숨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까지 들렸다. 완씨는 현재 우한시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도시 전체가 적막감에 휩싸여 무서운 느낌이 든다"면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자 우한시에는 지난 23일 '봉쇄령'이 떨어졌다. 신중국 70여년 만에 사상 초유의 사태다. 시내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물론 도시 밖으로 나가는 고속철, 항공편, 선박까지 모두 끊겼다. 자가용 운행도 금지돼 도로는 텅텅 비었다.
우한시 주민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봉쇄령이 이어질지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도시 봉쇄령으로 우한시 주민들은 생필품·식료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시내 주요 슈퍼마켓과 식료품 상점은 매일 아침마다 마스크로 무장한 채 몰려드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조금만 늦어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스크는 이미 동이 나서 우한시내 주요 마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한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유씨는 "마트에서 아침마다 채소, 과일을 갖다 놓는다"며 "그나마 아침에 일찍 가야 당근, 오이 등 기본적인 채소는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을 제때 구하지 못할까봐 불안한 마음에 아예 쌀, 고기, 식재료 등 생필품 2개월치를 사재기해서 집에 쌓아두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겁이 나서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우한시 주민 두(杜)씨는 온종일 집에 갇혀 있다면서, 밖에 나가고 싶지만 무서워서 나가질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밤마다 아파트 창문을 열고 동네 주민들끼리 '자유(加油·힘내라)'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며 "매번 외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그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다.
두씨는 “하루 종일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때운다”며 "예전에는 일하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출근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릴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공지가 없다. 두씨는 "정월대보름이 지난 2월 9일께야 비로소 출근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중국 정부는 춘제 연휴를 2월 2일까지로 연장한 데 이어 상하이·충칭·장쑤성·광둥성 등은 관내 기업들에 연휴를 9일까지 더 연장하라고 통보했다. 인구 유동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5시(현지시간) 기준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는 6078명, 사망자는 132명이다.
이는 앞서 2003년 중국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자 수를 추월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발한 사스는 이듬해 7월까지 약 9개월간 창궐하면서 중국 대륙에서만 모두 5327명이 감염됐다.
하지만 전염병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나날이 확산일로에 있다. 유일한 청정지역이던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도 첫 의심환자가 나왔다.
중국인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지만 당국은 조기 수습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 대책반장 격인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사는 28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정점을 이룬 뒤 대규모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날 홍콩대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오는 4~5월에 절정에 달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