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외쳐온 이동통신사들의 ‘탈통신’ 경쟁이 올해 본격화된다.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시장 확대가 어려워지자 ‘비통신’ 전환을 통한 체질개선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특히 융‧복합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회로 삼아 이통사들은 ‘뉴ICT’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디지털광고’ 사업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SK텔레콤이 업계 3위 인크로스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맞춰 뉴미디어 광고가 미래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G가 본격화 될 올해는 이통사들의 디지털광고 시장 쟁탈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이다.
10여년전 탈통신 선언 직후 ‘디지털광고’ 사업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KT는 2008년 일찌감치 나스미디어를 인수했다. 현재 KT에 인수된 나스미디어는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업계 1위 기업이 됐다.
나스미디어는 2016년 매출 699억원에서 2017년 1203억원으로 2배 성장했다. 2018년엔 1066억원으로 실적이 주춤했는데, 디지털광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KT는 지난해 5G 상용화에 맞춰 나스미디어에 변화를 줬다.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실시간 홀로그램 광고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기가라이브TV 등 KT가 추진 중인 다양한 실감미디어 사업을 디지털광고 영역에 활용했다. VR(가상현실) 스포츠 게임 속 가상 경기장에 광고 전광판을 만들어 이미지를 삽입했다. 기존 광고 대비 주목도가 높은 광고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스미디어는 2019년 최고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경쟁자인 SK텔레콤의 인크로스의 등장에도 불구, 전년대비 분기 매출이 모두 증가했고, 3분기 누적 매출로 이미 900억원 가량을 달성해 연 1100억원을 돌파할 기세다.
KT는 올해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한 구현모 체제로 조직이 바뀌는 만큼, 디지털광고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나스미디어 관계자는 “올해 KT그룹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5G, VR광고와 3D 홀로그램 광고 확장 등 더욱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SKT- 인크로스 인수 통해, KT에 글로벌 승부수
SK텔레콤은 2019년 4월 인크로스를 인수하면서 디지털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탈통신을 위한 사업과 함께 KT와의 한판승부를 예고했다. SK텔레콤에 인수된 인크로스는 연 매출 350억원대로 업계 3위다.
인크로스는 2016년에 매출 315억원, 2017년 367억원, 2018년 357억원을 기록했지만, SK텔레콤에 인수된 직후인 3분기 매출은 성장세로 돌아섰다. 2019년엔 3분기 매출이 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87억원) 대비 소폭 상승하며 향후 기대치를 높였다.
인크로스는 SK텔레콤 ICT 패밀리사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모바일 광고사업을 확대,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SK텔레콤 미디어사 합류 1년이 되는 올해는 깜짝 놀랄 만한 사업을 진행한다. 실시간 방송 시청 가구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서로 다른 광고를 내보내는 ‘어드레서블 TV’ 기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을 통한 사업 확장도 예고했다. 인크로스 인수 당시 장홍성 SK텔레콤 IoT‧Data 사업단장이 밝힌 “글로벌 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해외 진출 추진”이 실행된다. 나스미디어의 태국 진출에 맞서, 인크로스는 글로벌 첫 사업 지역로 중국을 선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크로스 이재원 대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밝힌 뉴ICT 미디어 사업부문에서 최진환 SK텔레콤 미디어사업부장 겸 SK브로드밴드 대표의 뒤를 받쳐 한축 날개를 담당하게 된다.
한편, LG유플러스는 IPTV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별도의 디지털광고 기업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공식화된 진출 계획은 없지만, 업계에선 “KT에 이어 SK텔레콤도 디지털광고 시장에 본격 뛰어든 만큼, LG유플러스도 관련 기업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