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판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재영입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알린 인사로, 법관 출신 인사가 4·15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판사는 "국회 안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밖에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며 "또 여러 억측에 시달려봤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도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사법개혁을 민주당의 핵심과제로 삼아주시겠느냐'는 제 요청에 흔쾌히 응낙하는 당 지도부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고, 사법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는 상황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개별 사건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이 형사 사건에서 유죄로 결론 나야 사법농단의 부당성이 입증되는데 무죄가 되면 그 사람들이 피해자인 양 곡해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1호 재판에서 하게 됐다"며 "국회에서 주도해야 할 법관 탄핵을 제대로 안 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 사람들, 이 평범한 우리 대부분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당장 두 가지가 필요하다. 비위 법관 탄핵,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재판 받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사법개혁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40년도 더 된,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대법원장 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사법개혁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평범한 정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과업에 집중하는 정치를 하겠다. 내일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송파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대 법학 학사,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를 졸업했다.
출마 지역구에 대한 질문에 이 전 판사는 "그런 말씀을 드리기는 이르고 오늘 입당을 했으니 당과 상의해 결정해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해찬 대표는 "이 전 판사가 사법부에서 일하다가 대법원 이런 쪽에서 터무니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면서 항의해 나온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새로 느꼈다"며 "우리나라가 사법과 검찰 쪽이 개혁을 안 해 옛날 그대로 내려오는 관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전 판사가 용단을 내려 사법개혁 찬성 차원에서 참여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했던 이수진 전 판사 등 법관 출신 인사 추가 영입과 관련해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11호 영입인재는 남자"라며 "영입인재 발표는 다음달 10일 전후까지 발표할 예정이며, (1호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대략 스무명 정도다. 대체로 청년 전문가들이고, 청년을 넘어섰지만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