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역사는 정의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20-01-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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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포머 공간과 개인비행기의 일상화가 몰고올 미래도시를 상상하라



LH와 SH는 물론, 건설사들은 앞으로 신도시 건설 시장을 놓고 현대차와 경쟁을 해야 한다. 포화된 주택시장을 놓고 관련 업체들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사이, 위협적 경쟁자는 외부에서 시나브로 다가와 일순간 거대한 모습을 내밀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공개한 항공도시는 충격적이다. 그 것은 단순히 현대차의 모빌리티 사업에 관한 미래가 아니다. 도시와 그 곳에서의 삶의 모습이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란 예언이다. 인류의 역사는 항공도시 이전과 이후로 양분될 것이란 선언이다. 혁신의 횃불에 불을 붙이겠다는 도발이다. 어디까지가 정 부회장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다. 한 장의 조감도가 몰고올 미래는 그가 의도했던 아니던 도시계획을 둘러싼 건설시장의 미래를 현재는 물론 그 이전과는 완전히 찢어놓을 파괴력을 가졌다.

역사는 더 많은 토지를 차지하려는 투쟁이다. 광기가 극에 달했던 게 알렉산더와 히틀러였다. 자국민에겐 영웅이지만, 그들의 칼과 총에 피를 흘린 상대 입장에선 악마다. 이같은 광기가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도 불고 있다. 대지지분 50㎡(약 15평) 남짓의 아파트 한 채를 차지하기 위해 수십, 수백명이 경쟁한다. 그 결과 아파트 한 채 가격이 20억원을 웃돈다.

근본 이유는 토지가 한정됐기 때문이다. 지표면 면적은 빅뱅 이후 수십억년 인류역사 동안 거의 그대로인데, 세계 인구는 그 사이 70억명으로 늘었다. 땅은 돈이자, 권력이며, 심지어 생명 그자체다. 땅이 없는 사람의 삶이 어떻했는 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토지 제약 문제의 해결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현실적인 정치적 리더는 옆을 보았다. 수많은 영웅이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를 쳐들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대로 이웃 멕시코 사람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게 장벽을 쳤다. 소수의 몽상가는 하늘을 보았다. 냉전의 결과 인류는 달나라에 결국 발자국을 찍었다.

기술은 몽상을 현실로 만든다. 몽상은 결과적으로 기술 발전을 촉진시키는 촉매제다. 두 가지가 상호작용을 하며 인류는 삶의 공간을 수직으로 확장하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드디어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라이트 형제 이후 이미 인간은 수직 공간을 정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수많은 비행기가 지금 이 순간도 하늘을 난다.

결정적 걸림돌이 있었다. 활주로가 필요했다. 개인비행기는 광활한 토지를 보유한 자본가들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수직 공간에서의 삶 또한 토지를 둘러싼 투쟁이란 뿌리깊은 역사의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정 부회장이 제시한 항공도시 청사진에서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그래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개인비행기(PAV)다. 현대차가 우버와 공동개발한 콘셉트 모델 S-A1은 5인승 플라잉카다. 프로펠러로 수직 이동을 할 수 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는 물론 정 부회장이 처음 제시한 건 아니다. 에어버스는 2018년 플라잉카 시험비행에 이미 성공했고, 보잉 역시 포르쉐와 손잡고 플라잉카를 개발중이다. 일본 전자업체 NEC도 2023년 물류용 플라잉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1이 기자의 주목을 끈 이유는 그 것이 갖고 올 도시의 미래의 변화를 보여준 점이다. 그릇이 바뀌면 내용물의 형태가 바뀐다. 도시는 현대인의 삶의 그릇이다. 도시의 변화는 곧 인류의 삶의 형태가 그에 맞게 바뀐다는 의미다.

정 부회장이 제시한 항공도시는 자율주행차와 플라잉카, 그리고 두 가지가 도킹하는 일종의 허브 터미널로 이뤄졌다. 여기서 자율주행차는 이동수단이라기 보다는 식당차나 카페차 같은 특정한 공간을 의미한다. 허브 터미널은 도킹하는 자율주행차들에 따라 공간을 재구성한다. 터미널이 오늘은 백화점이었다가 내일은 컨벤션센터가 될 수도 있다. 거대한 공간이 트랜스포머가 된다는 것은 한정된 토지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유경제의 끝판왕이다.

공간을 재구성하는 특수목적차(SPV)와 허브터미널, 그리고 활주로 없이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가 구현할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궁극적으로 토지는 소유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 점유하는 형태로 바뀐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하우스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오늘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터미널에서, 내일은 도심 빌딩 숲 야경을 볼 수 있는 터미널에서 정박할 수 있다. 조망권 또한 공유경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활주로가 없는 중산층도 개인비행기를, 20억원짜리 한강변 아파트가 없는 사람도 한강조망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같은 미래 또한 전에 없던 형태의 자본 게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한 장의 청사진이 몰고 올 핑크빛 미래를 보자.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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