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중재 요청한 우리 정부에 "군사동맹 흔들지 말라" 경고
미국 정부 인사들은 한·일 갈등 대응을 위해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우리 외교부 대표단에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경제 분야 갈등으로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가 교차오염 돼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사실상 경고다.
이 같은 미국의 접근법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경우 일본 손을 잡고 우리 앞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앞서 12일 일본 방문 당시 NHK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양측이 북한 등 이 지역 핵심 이슈에 초점을 맟추도록 권장하는 것 외에 '중재나 관여'를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현재 입장이다.
▲ 누가 전략적으로 더 유용한가···일본에 기운 미국 속내
미국이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군사 동맹의 관점에서 한·일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미국은 이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미국과 동맹국 물동량의 60%가 지나는 핵심 지역으로 강조했다. 이 지역의 패권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면서 적성국과 동맹국,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중국은 '수정주의 세력(Revisionist Power)'으로 묘사했다. 자유무역주의 질서를 파괴할 적성국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중국의 장기 목표는 세계 패권, 단기 목표는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으로 정의했다. 북한은 아예 '깡패 국가(Rogue State)'로 표기했다.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십을 십분 활용해 자유무역주의 경제질서의 승리(win)를 쟁취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한·미·일 동맹은 이 같은 목적에 필수 요소로 명시됐다.
두 국가에 대한 표현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한 초석(Cornerstone)이라고 추켜 세웠다. 일본도 2018년 방위백서에서 미국과 똑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일간에 전략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핵심(Linchpin)이라는 표현은 유지했다. 하지만 그 이상 설명은 없다. 북핵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을 놓고 드러난 한·미간 미묘한 시각차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간된 '2019 주한미군 전략 다이제스트'에서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보고서엔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을 때 '일본을 통해(through Japan)' 전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돼 있다. 한반도 전쟁시 자위대가 상륙하는 것은 아니라며 주한미군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어떤 식으로든 일본의 역할을 키우겠다는 속내가 확인된 셈이다. 스틸웰 차관보 방일 당시 미국은 일본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건의했다.
▲ 아베노믹스인가 J노믹스인가···트럼프의 관점은?
미국은 심각한 수준의 재정·무역 적자를 1984년 프라자합의를 통해 해소하면서 브레튼우즈 제체 하에서의 달러 패권을 유지했다. 인위적 엔화절상을 통해 일본을 30년 장기침체에 빠트린 것이다.
이런 미국이 '엔저'를 골자로 한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묵인하는 것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란 시각이 있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을 키워 중국을 견제하는 이이제이 전략이란 의미다. 2016년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엔저를 비판하면서도 아베노믹스를 견제하는 액션은 없었다.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셰일혁명으로 미국이 석유자급에 성공하면서 세계무역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일본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트럼프 집권 후 재무부는 양적확대의 철회를 공식화 했지만 트럼프의 입김에 사실상 약달러 정책으로 선회했다. 위안화 절상을 골자로한 화폐전쟁에서도 트럼프와 아베가 커플 관계를 형성한 셈이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묵인과 트럼프 행정부의 방관 속에 일본 경제는 프라자 합의 이후 최장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