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분율’ 따라 기업도 롤러코스터

2020-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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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적극적인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의결

정기주주총회 앞두고 기업들 긴장감 높아져

화학·자동차부품과 기계·미디어관련주 지분↓

배당매력이 있는 금융주와 소·부·장 지분은↑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동방] 국민연금이 어느 기업 지분을 늘린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가시적 성과를 보이거나 기대되는 기업이란 의미거나 지배구조가 부실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기업 입장에선 단순하게 보면 국민연금 지분투자 확대가 수급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기업들에는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SC)를 도입한 이후부터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적극적인 반대의결권 행사와 적극적 주주권행사로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재계는 ‘국민연금발(發) 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 뜻대로 기업 손보기…지난해 반대의결권 행사 622건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18개월 만에 관련 지침이 마련된 셈이다.

기업 잘못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해 주주가 손해를 볼 우려가 있으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정관 변경이나 이사 해임을 권고하는 등 경영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의결된 가이드라인에는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선정기준으로 ESG이슈 발생 및 정기 ESG평가결과 하락이 포함됐다. 즉, 기업의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관련 문제가 발생해 기업가치가 급락됐다고 판단될 경우, 제반절차를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에 대한 지분을 늘려가며 3월 주총을 앞둔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공시한 2019년 4분기 주식보유변동내역을 종합한 결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에 대한 지분 확대가 눈에 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12개 기업에 대한 지분을 확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네이버·카카오·포스코 등이 그 대상이다.

시총 30위 기업 중 지분축소를 공시한 기업은 현대모비스·엔씨소프트·㈜SK 등 3곳에 그쳤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횟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2018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 지난해 10월 기준 622건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최근 의결된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올해부터는 더 많은 주주활동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기금의 5%룰 완화를 담은 내용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과 같은 주주제안을 할 때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안항 지분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지 않아도 돼 주주권 행사에 있어 더욱더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주총 앞두고 관련 업체 전운고조

국민연금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카카오와 현대자동차 등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카카오 주식보유비중을 9%로 늘리면서 2대주주에 올랐다. 카카오는 올해 김범수 의장 임기가 만료된다. 김 의장은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국민연금이 제정한 적극적인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만큼 김 의장 재선임안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다면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기주총뿐 아니라 위법행위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추후 이사해임 청구를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연속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정몽구 회장 이사 재선임에 반대해왔다. 이번 주총에서도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사해임 주주제안이 가능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한진칼 계열사 ㈜한진과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 확대도 두드러진다.

◆국민연금 지분율에 따른 증시 등락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와중에서도 업황 부진 우려가 있는 화학·자동차부품과 기계·미디어 관련주들은 지분을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당 매력이 있는 금융주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은 지분을 늘렸다.

지분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HDC아이콘트롤스로 3.71%포인트(p) 감소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건설 경기가 당분간 침체될 것으로 예상돼 국민연금이 HDC현대산업개발과 HDC아이콘트롤스 비중을 줄인 것이다. 지분이 축소된 종목은 대부분 코스피200에 속하지 않는 중소형 종목인 경우가 많아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들이 업황 부진 업종들을 선제적으로 축소하거나 일부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 업종에서는 남해화학·효성첨단소재·송원산업 지분이 1%p 이상 감소했다. 화학 업종은 최근 2년간 지속된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계속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 밸류에이션이 저점에 와 있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어 향후 2~3년간은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은 자동차부품과 기계 업종에서도 지분을 축소했다. 상신브레이크 지분을 지난해 말 2.08%p 줄인 것을 비롯해 ST&C(1.2%p)·현대일렉트릭(1.21%p)·디와이(1.17%p)·인탑스(1.16%p)·S&T모티브(1.09%p)에서 지분을 줄였다.

자동차부품 업종들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 부진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전 세계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유럽 시장에서 성장률이 1% 남짓이라 글로벌 수요 역시 올해는 전년 대비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부품주는 현대위아처럼 내연기관 위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종목 주가가 부진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12.31%의 현대위아 지분을 최근 11.28%로 낮췄다.

경쟁이 심화된 미디어업종에서도 아프리카TV 지분을 3.63%p 줄이고 SBS미디어홀딩스 지분도 2.22%p 축소했다.

반면 금융·내수 대형주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거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저점 매수를 통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 왔다. 국민연금은 기업은행·DGB금융지주·DB손보·한국금융지주 비중을 1%p 이상 늘렸다.

이마트처럼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내수주에 대해서도 지분을 2.07%p 늘렸다. 다만 코스닥 종목을 전반적으로 매도하는 가운데서도 최근 정책적 수혜가 기대되는 소·부·장 종목들 비중은 늘렸다. 국민연금이 4분기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한 종목 중 지분 상승률이 2~3위를 차지한 종목은 와이엠티와 유니테스트로 모두 소·부·장 업종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지분을 5%p 이상 늘려 신규로 공시한 반도체부품과 장비 업종은 이오테크닉스·테스·하나머티리얼즈·피에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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