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한을 "미국에 추종하는 적대 세력"이라며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사실상의 '핵무기 모라토리엄'(유예)의 파기를 선언했다. 또 '충격적인 실제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혀 도발 재개 위협을 극대화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우리 군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상시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F-35A 스텔스 전투기 전력화 행사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17일 내부 행사로 마무리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스텔기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9개국이 전부다. 아시아로 범위를 좁히면 중국과 일본에 이어 3번째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당초 F-35A 전력화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 참석 여부가 쟁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경두 장관마저 불참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경두 장관 역시 전력화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3일, 8년 만에 미국에서 우리 군에 인도된 글로벌 호크(RQ-4)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북한 내륙의 영상 정보를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해줄 획기적인 정찰 자산이지만, 북한의 강한 반발을 예상해 군 당국은 전력화 행사 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한미 양국은 연합 시뮬레이션 연습인 ‘키리졸브’(Key Resolve)와 실제 기동 훈련인 ‘독수리(Foal Eagle)’를 폐지했다. 키리졸브 연습은 11년만, 독수리훈련은 44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경두 장관은 이를 두고 한미연합연습 '조정'이라는 표현으로 갈음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반발 의식한 한미연합연습 '축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관계 증진을 우선한 로키(low-key) 기조가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역행하는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군 당국과 정부는 김정은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해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고 강경대응이 필요한 순간은 적당히 넘어갔다"며 "우리 국민의 자존심만 손상시키고 남북관계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경두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북한과) 공중과 해상에서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테러·사이버·재해·재난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안보위협도 증대되고 있다"고 한반도 안보 상황 녹록지 않음을 솔직히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