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9개월 계도기간 준다고 해도 이건 못 바꿔요. 제품 보관 관리부터 그동안 생산했던 화장품 마케팅 보완까지 해야하는데 어떻게 다 바꿔요? 그냥 환경개선부담금 낼 수밖에 없어요.”
23일 A화장품 중견기업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25일 환경부가 시행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환경 보호라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지만 업계 상황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을 막무가내식으로 시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1면>
유색 페트병 사용을 원천 금지하는 데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의 유색병 사용 시 30%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당수가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되지만 화장품 용기는 그 자체로 브랜드의 얼굴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다. 중견 화장품사 관계자는 “화장품은 제품 디자인이 생명인데 용기를 규제하면 마케팅 차별점을 어디에 두냐”면서 “명품 브랜드와 로드숍 브랜드 같은 제조사에서 생산하는데 가격이 10배 차이나는 이유는 모두 마케팅이라는 걸 환경부는 왜 모르냐”고 지적했다.
수출할 때도 문제다. 해외 경쟁 업체의 화장품은 심미적 요소를 강조한 용기를 쓰겠지만 우리나라 화장품 경우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별도 생산의 경우 비용이 추가로 드는 데다가 재고 관리의 어려움도 겪게 된다. 화장품의 경우 K뷰티로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업종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수와 수출활력 제고를 위해 K뷰티 육성방안을 이달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이 오락가락하는 점도 현장서 혼선을 빚게 하는 요인이다. 가령 금속 재질 스프링이 포함되는 펌핑 호스의 경우 대체재가 없다는 비판을 반영해 재활용 등급 ‘어려움’에서 ‘보통’으로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샴푸, 화장품에 자주 사용되는 플라스틱 펌프형 용기는 어려움에서 보통 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선 와인 등 과실주 제품도 규제 완화 대상으로 바뀌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실주병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다른 국가들 의견을 수렴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스키 등의 주종은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외 맥주는 대체재를 찾지 못할 경우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맥주 페트병은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3중 구조로 제작된 갈색 페트병을 사용한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하나인 ‘콘덴싱 보일러 설치’ 사업과 연관된 보일러업계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환경부의 지원 대책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정부 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우선, 환경부가 콘덴싱 제품의 설치환경 및 실수요 패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이다. 콘덴싱보일러는 일반 보일러와 달리 배수로 유무 등에 설치제약이 따른다. 신축건물과 달리 노후주택 등은 콘덴싱 응축수를 외부로 빼낼 수 있는 배수로가 없어 콘덴싱 설치에 적합한 주거구조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친환경 보일러 지원금 대상을 일반 저녹스‧기름 제품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지원금 운영문제가 남았다. 환경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확보하면서 보조금을 인상(16만→20만원)하고,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3만→30만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런데 환경부와 지자체가 엇박자를 내면서 확보한 추가경정예산조차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까지 지자체에서 예산에 반영한 보일러 지원 수량은 7만2000여 대에 불과하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들은 “보일러 지원 사업은 매칭사업인데 환경부가 사업을 진행하기 전 관련 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실제로 올해 사업이 부진했다는 지적과는 달리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산이 소진돼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510억원이라는 예산이 편성된 만큼, 환경부에서 모든 예산을 지원하거나 지자체와 협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올해와 결과가 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A화장품 중견기업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25일 환경부가 시행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환경 보호라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지만 업계 상황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을 막무가내식으로 시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1면>
상당수가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되지만 화장품 용기는 그 자체로 브랜드의 얼굴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다. 중견 화장품사 관계자는 “화장품은 제품 디자인이 생명인데 용기를 규제하면 마케팅 차별점을 어디에 두냐”면서 “명품 브랜드와 로드숍 브랜드 같은 제조사에서 생산하는데 가격이 10배 차이나는 이유는 모두 마케팅이라는 걸 환경부는 왜 모르냐”고 지적했다.
수출할 때도 문제다. 해외 경쟁 업체의 화장품은 심미적 요소를 강조한 용기를 쓰겠지만 우리나라 화장품 경우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별도 생산의 경우 비용이 추가로 드는 데다가 재고 관리의 어려움도 겪게 된다. 화장품의 경우 K뷰티로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업종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수와 수출활력 제고를 위해 K뷰티 육성방안을 이달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이 오락가락하는 점도 현장서 혼선을 빚게 하는 요인이다. 가령 금속 재질 스프링이 포함되는 펌핑 호스의 경우 대체재가 없다는 비판을 반영해 재활용 등급 ‘어려움’에서 ‘보통’으로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샴푸, 화장품에 자주 사용되는 플라스틱 펌프형 용기는 어려움에서 보통 등급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선 와인 등 과실주 제품도 규제 완화 대상으로 바뀌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실주병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다른 국가들 의견을 수렴해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스키 등의 주종은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외 맥주는 대체재를 찾지 못할 경우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맥주 페트병은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3중 구조로 제작된 갈색 페트병을 사용한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하나인 ‘콘덴싱 보일러 설치’ 사업과 연관된 보일러업계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환경부의 지원 대책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정부 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우선, 환경부가 콘덴싱 제품의 설치환경 및 실수요 패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이다. 콘덴싱보일러는 일반 보일러와 달리 배수로 유무 등에 설치제약이 따른다. 신축건물과 달리 노후주택 등은 콘덴싱 응축수를 외부로 빼낼 수 있는 배수로가 없어 콘덴싱 설치에 적합한 주거구조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환경부는 부랴부랴 친환경 보일러 지원금 대상을 일반 저녹스‧기름 제품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지원금 운영문제가 남았다. 환경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확보하면서 보조금을 인상(16만→20만원)하고,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3만→30만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런데 환경부와 지자체가 엇박자를 내면서 확보한 추가경정예산조차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까지 지자체에서 예산에 반영한 보일러 지원 수량은 7만2000여 대에 불과하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들은 “보일러 지원 사업은 매칭사업인데 환경부가 사업을 진행하기 전 관련 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실제로 올해 사업이 부진했다는 지적과는 달리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산이 소진돼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510억원이라는 예산이 편성된 만큼, 환경부에서 모든 예산을 지원하거나 지자체와 협의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올해와 결과가 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