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기자의 가수 도전기] ③뮤지션에 도전하는 '회사원 선배들'을 만나다

2019-1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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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조교 이권상 "2~3시간 자면서 음악해...우선순위 정해야"

게임사 직원 김세훈 "취미 이상으로 음악하려면 동일한 가치 포기해야"

교사 정샘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음악만...길게 음악하는 게 목표"

퇴근 이후 나의 모습(실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백할 것이 있다. 이번 주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도전할 기회를 얻었는데도,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기자로서는 분에 넘치는 '기획 시리즈'를 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다고 쓰는 게 적당할지 모른다. 이번 주에는 가사를 끄적인 적도 없었고, 노래를 한 적도, 키보드 앞에 앉은 적도 없었다. 건반 앞의 의자에는 며칠 사이 쌓인 바지들이 개어져 쌓였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그 장면을 풍경처럼 물끄러미 바라봤다. 차마 그걸 치우고 건반 앞에 앉을 재간이 없었다.
음악은 내가 오랫동안 정말로 하고 싶어하던 일이었다. 절대로 누구도 나에게 시키지 않은 일이었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켰다. 눈처럼 흰 사모예드 강아지 영상을 클릭했다. 휴식이 필요한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서 쉬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오래된 죄책감이었다.

◆퇴근 이후 얻을 수 있는 자유시간, 최대 3시간 40분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퇴근 이후 뭘 하냐고 물었다. [사진=강지수 기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핑계를 대기 위해, 퇴근 이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봤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평균 2시간이라고 하니, 퇴근에 1시간이 걸린다고 잡아 봤다. 6시에 '칼퇴근'을 한다고 하면 도착하는 시간은 7시. 저녁을 먹는 시간 30분, 씻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 20분, 다음날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 30분.

이를 더하면 평균적인 직장인들은 저녁 8시 20분부터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OECD발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 오전 6시에는 일어나야 하니, 밤 12시에는 잠들어야 했다. 그러고 나면 평일 기준으로 하루 3시간 40분이 자유시간으로 도출됐다.

3시간 40분. 이 숫자를 노려보았지만 뭘 할 수 있는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영어 공부 등에서 으레 나오는 조언처럼, 하루 1시간만 꾸준히 투자해도 하나의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음악은 좀 다르지 않을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퇴근 이후 3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날도 별로 많지 않았다. '가수 도전기'를 시작하면서 약속을 최대한 줄였는데도, 종종 잡히는 연말 회식 때문에 귀가시간은 밤 9~10시를 훌쩍 넘어갔다.

사실 일찍 퇴근한 날도 뭔가를 했던 건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침대에 몸을 묻었기 때문이다. 사실 회식이 없는 주에도,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일에 에너지를 쏟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생활이 크게 바뀔 일은 없었다. 그러니 내 생활에서 어떻게든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와 공간을 마련해야만 했다. 주변에 직장을 다니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게 곧 나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점심시간 아끼고 하루 2~3시간 자면서 음악해"
 

'푸르매'로 활동 중인 이권상씨. [사진=이권상 제공]


'푸르매'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이권상씨(32)는 현재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그는 그가 속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 양쪽을 오가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조교로 일하고 있었다.

"기사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넨 이씨는 내게 "음악이 좀 나오고 있냐"고 물었다. 내가 "잘 안 나온다"고 울상을 짓자, 그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사실 그 또한 음악이 아니라 일을 주된 활동으로 삼고 있다고 고백했다. 음악은 만들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은 미룰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대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하고, 목요일에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평일 퇴근 이후나 주말에는 주로 레코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그가 일하는 '버블껌 스튜디오'로 향한다고 했다.

도저히 본인의 음악을 할 틈이 없어 보이는 일정이었지만 그는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뮤직프로덕션&엔지니어'라는 전공을 살려 다른 사람들 음악의 프로듀싱 작업도 꾸준히 해 오고 있고, 최근에는 그가 속한 팀 U1(유원)의 싱글앨범도 6장이나 발매했다. 11월에 3장, 12월에 3장씩이었다.

한 달에 한 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도 힘들다는데, 한 달에 세 곡 발표라니.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언제 작업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점심 먹을 시간을 아껴서 학교 도서관에 가고, 자리에 앉아 맥북을 켜고 틈틈이 작업하고 있다"고. 그리고 잠은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자고 있다고.

그는 "예전에는 완벽한 결과물을 남기고 싶어 음악 활동을 하면서도 앨범을 내지 않은 시기가 꽤 길었는데, 이제는 만드는 대로 바로바로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살면 쉴 날이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잠은 죽어서 자라고 했다"면서 크게 웃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미디(전자 키보드 등으로 하는 연주 및 편집)를 이용해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흔히 '인디씬'이라고 부르는 홍대 앞 여러 라이브 클럽들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음악에 집중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그에게 음악을 계속 붙들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기타 강사로 일하던 시절, 학원의 원장이 중고로도 구하기 힘들 정도의 낡은 오디오카드와 믹서(음성 신호를 받아들이고 조절하는 장비)를 준 적이 있다"면서 "그 장비로 한 달 동안 방 안에서 나가지 않고 음악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게 한 포털사이트에서 '이주의 음반'으로 추천됐더라"면서 "방에서 제대로 된 장비 없이 녹음한 거라 잘 들어보면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난다"며 웃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버블껌 스튜디오. 이씨가 주말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곳이다. [사진=이권상 씨 제공]


그러나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일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음악으로는 수익이 안 나오니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음악에 집중하다가도 문득 불안감이 들어 다른 일을 찾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실용음악 석사 과정을 밟게 된 것은 3년 전이었다. 그는 회사에 다니다가 '이렇게 힘들 바에는 음악으로 힘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더 배워보기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과 수업, 음악 작업을 함께했던 올해가 무척 힘든 한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음악은 스스로에게 사명과 숙제 같은 것이라고 고백했다. 음악은 그에게 스스로의 신념을 계속 발표하고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천주교 신부님들은 가난하게 살겠다고 선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거랑 비슷해요. 철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술가들은 필요하잖아요."

◆"취미 이상으로 음악하려면 동일한 가치 포기해야"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음악을 하고 있는 김세훈 씨. 작곡 수업 수강생들을 위한 특별 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김세훈 씨 제공]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김세훈씨(36)도 일을 하면서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그가 휴대폰 메모장을 열자, 가사로 탄생하기 전의 아이디어들이 빼곡히 나타났다.

그는 "음악적 이론이 정립된 상태가 아니다 보니, 각을 잡고 '오늘까지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곡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면서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주제를 뭐로 할지 밥 먹다가도, 누워 있다가도,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한 번은 길에서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고 가사를 썼고, 단 3줄로 도착한 인사고과 메일을 보고서도 가사를 썼다.

그러나 그는 의무가 아니면 꾸준히 곡을 만들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떤 날에는 아이디어가 일주일에 두세 개씩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6개월 동안 진척이 안 될 때도 있다"면서 "억지로 짜내서 곡을 만들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부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나의 '직장인 평일 자유시간 3시간 40분' 이론을 펼쳤다. 평일 3시간만으로는 음악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토로와 함께. 그도 조심스레 공감했다. 대신 그는 음악을 멜로디, 가사, 악기연습 등으로 잘게 쪼개어 주어진 시간과 상황에 맞게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평일 퇴근 이후 잠에 들기 전까지 2시간 정도가 있을 때는 멜로디를 짜거나 가사를 쓰기보다 가볍게 악기 연습을 하고, 주말 등 비교적 긴 시간이 있을 때 본격적으로 멜로디를 짜거나 곡을 수정하는 식이었다. 뭉뚱그려 '음악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우문현답이었다.

다만 김씨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작한 음악이 그 이상이 됐을 때 다가오는 부담감이 확실히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취미로 음악을 만들면 한두 시간 만에 한 곡이 뚝딱 나올 수도 있지만, 잘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하면 완성도를 고려하게 된다"면서 "오픈 마이크에 나가려고 해도, 거기서 어쭙잖은 노래를 하면 관객들이 시간 낭비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작곡 수업 수강생들의 곡으로 만든 앨범(왼쪽), 김세훈씨가 수록한 'Labyrinth'라는 곡(오른쪽). [사진=김세훈 씨 제공]


그는 이어 "어느 정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음악을 선보이려면 취미나 재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취미 이상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냐고 묻자, 그는 꾸준히 고민 중이라며 "동일한 가치의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데 거기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그는 음악을 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다. 1달 만에 한 곡을 만들어내야 하는 작사 수업을 들으며 스스로 곡을 만들기 위해 강제성을 주기도 했고, 기타 지판의 계이름을 외우기 위해 3개월 동안 스케일을 외우는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는 "평일에 한 번 수업을 들으러 갔다"면서 "집에 와서도 계속 연습해야 했는데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미루다 보니 생각보다 개인 연습을 많이 못 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수단이 바로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에서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찾으려 시작한 것이 바로 작곡"이라고 말했다.

"내 의도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만들고 싶은 방법대로 만들 수 있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내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설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늘 음악에 욕심이 생겨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음악만···길게 음악하는 것이 목표"
 

JYP 퍼블리싱 신인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 '송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정샘씨. [사진=JYP 퍼블리싱 제공]


정샘씨(36)는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음악을 하고 있는 작곡가다. 그녀는 10년 넘게 교사로 일하던 중, 2017년 대학원 휴직을 내고 2년간 미디를 전공했다. 음악 교과를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가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노래에 맞춰 춤추는 반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좋아할 노래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대학원 휴직을 냈다"며 작곡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는 "30대 중반에 시작한 셈이지만, 100세 시대 아니냐"면서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로 상경한 정씨는 밤낮으로 미디 공부를 하며 첫 번째 곡을 완성했고, 그해 그 곡으로 JYP 작곡가 오디션에 지원해 합격하는 결과를 거뒀다. 640여곡에서 1차로 10곡을 뽑고, 2차로 3곡을 뽑는 오디션이었다. 그리고 더히든의 'In U'라는 곡으로 작곡가 데뷔까지 이뤄냈다.

빠른 시기에 작곡가로서의 성과를 거둔 그녀지만, 지금은 다시 현직으로 돌아와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잠시 경험한 프리랜서로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제 곡을 타이틀로 사용하고 싶다면서 '어느 부분만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열심히 수정해 넘겼지만 '기획이 미뤄졌다'며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고, 유명한 작곡가가 인지도 있는 가수에게 바로 곡을 넣을 것처럼 이야기하기에 트랙을 모두 넘겼더니 연락이 두절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며 생활비가 점점 떨어지자 그녀는 '20대 초반이어야 견딜 수 있는 상황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나이에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고, 에어프라이 기구도 사고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JYP 퍼블리싱 신인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 '송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정샘씨 (왼쪽 두 번째). [사진=JYP퍼블리싱 제공]


때문에 정샘씨는 일하면서 음악을 하는 지금을 오히려 차근차근 수련하는 시기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실용음악과에 재학하던 2년 동안 '빨리 좋은 곡을 써서 가수들에게 줘야 한다'는 생각에 동이 틀 때 작업실에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곤 했었다"면서 "결과물은 빨리 나왔지만 스스로 지쳤던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휴직하고서 하고 싶던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좋았는데, 그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져 더욱더 급하게 달렸던 것 같다"며 "지금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쉬엄쉬엄 채워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에는 평일에 학교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8시 반~ 9시 반이라 음악을 할 시간이 없다"면서 "주로 주말에 음악 작업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개인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오랫동안 음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주말에나 겨우 곡을 쓰고 있지만, 꾸준히 음악을 해서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퇴직 이후에도 곡을 주면서 계속 음악을 해나갈 수 있지 않겠냐는 구상이었다.

"지금처럼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만 놓지 않고 있으면 나이가 들면서 음악 스펙트럼이 더 풍성해질 거라고 믿는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 음악은 이들에게 느리지만 꾸준히, 오래 가는 친구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음악은 스스로를 빛내기 위해 잠깐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이들은 음악을 오랫동안 함께할 사명, 혹은 친구처럼 여겼다. 이들은 때로 음악을 곁에 두기 위해 인생의 방식까지도 바꿨다.

싱어송라이터 요조는 '나의 쓸모'라는 노래에서 '세상에는 이렇게 들을 노래가 많은데/ 내가 굳이 또 이렇게 멜로디를 엮고 있어요'라고 노래한다. 그녀와 같은 레이블에 소속된 피아니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조성태는 곡 '시절'에서 멜로디를 엮는 일에 대해 '속에 아무것도 없는 기대를 따뜻하게 품는 것'이라고 썼다.

이날 만난 뮤지션들에게서도 그 투명한 마음이 보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음악과 생업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결국 음악에 돌아오게 되는 마음. 그것은 더이상 음악이 주는 어떤 형태의 보상 때문은 아니었다. 음악을 꾸준히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첫 번째 마음은, 바로 '투명한 기대를 품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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