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세균 '비상 카드' 꺼낸 文대통령…분권형 총리 시대 門 열었다

2019-12-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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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의 대선주자 거친 정세균…참여정부 이해찬 능가하는 총리 가능성

정세균 전 국회의장(69)이 17일 문재인 정부 2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국정의 난맥상을 풀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유재수 감찰무마',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등 친문(친문재인) 3대 의혹으로 미증유의 위기에 빠졌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비상 카드'인 셈이다.

특히 정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직 국회의장 출신의 대선 후보 경력을 지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은 경제부터 협치, 외교·안보 등 국정 현안을 총망라하는 '특단의 역할'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내치 역할 커질 듯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춘추관에서 정세균 차기 총리 후보자 발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분권형 총리 시대' 개막 여부다. 이는 대통령제의 폐단인 권력의 집중화 현상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5년 단임제의 한계인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까지 막을 수 있는 일거양득 카드다. '청와대밖에 안 보인다는 비판'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판은 깔렸다. 정 후보자의 정치적 체급은 이낙연 국무총리보다 높다. 이 총리는 4선으로 전남도지사를 지냈다. 정 후보자는 6선의 국회의장 출신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에는 문 대통령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당내 정세균계는 친문 직계 다음으로 많은 계파를 거느리고 있다.

'경제'와 '협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기업인(쌍용그룹 상무) 출신의 정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제9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그는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칭처럼 여의도의 대표적인 온건파로도 불린다. 영·호남 민주화 세력을 복원하는 '남부민주벨트'도 정 후보자가 창시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자는 '협상의 달인'으로 통한다"며 "여야 대치 등 산적한 현안을 풀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이날 이낙연 총리 후임 지명을 직접 발표하며 정 후보자에게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이 인선 발표를 직접 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후임 총리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를 데려오기 위해서) 삼고초려를 했다"고 귀띔했다.

◆文과 운명공동체 묶인 丁··· "국정 난맥상을 풀어라"
 

정세균 전 국회의장(69)이 17일 문재인 정부 2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국정의 난맥상을 풀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 후보자의 또 다른 강점은 '부처 장악력'이다. 이는 임기 후반기 정부 내부의 공직기강 해이를 막는 막강한 카드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 표결 등의 변수가 남았지만, 정 후보자가 두 고비를 넘으면 각 정책과 부처 간 유기적인 선순환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는 18대 대선 당시 중소기업 성장을 기반으로 경제적 과실을 나누는 이른바 '분수경제론'을 주창했다.

다만 1%대 경제 성장률 쇼크가 임박한 만큼, 혁신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는 문 대통령 지명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성장에 대한 방안을 묻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간 '만기친람(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 리더십으로 비판 받던 문 대통령에 대해 '직언'할 수 있는 총리인 점도 정 후보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대통령 중심의 원톱이 아닌, 총리와 역할을 분담하는 '투톱 체제'를 가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당도 정 후보자의 최종 수락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공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지역구는 차기 대권의 직행열차로 불리는 '서울 종로'다. 민주당은 '이낙연 종로 카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동할 수 있다. 여당 지도부는 '중진 물갈이 명분'도 쥐게 됐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이 총리와 정 후보자의 교체로 '조국 사태'와 '측근 비리 의혹'으로 초래된 국정동력 약화를 막고 집권 후반기 안정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도 "야당의 반발은 변수"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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