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은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올해는 11월 28일)부터 시작된다. 이튿날 '블랙프라이데이'를 정점으로 주말을 지나 맞는 첫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가 크리스마스까지 한달 남짓 이어지는 연말 쇼핑시즌의 분수령이 된다.
사이버먼데이는 연휴를 지낸 이들이 일상에 복귀한 뒤에도 온라인으로 쇼핑을 이어가 온라인 매출이 급증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블랙프라이데이의 연장선에 불과했지만, 몇년 전부터 매출로 블랙프라이데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6.2% 줄었다.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다는 얘기다.
미국 백화점 대명사인 메이시스를 비롯해 콜스 등 전통 소매업체들의 매출이 25% 이상 줄었다. 신발매장 풋로커도 25%가 넘는 매출 감소를 겪었다.
부진한 실적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대표 백화점인 메이시스의 주가는 50% 넘게 급락했다. 오프라인 출신이지만, 온라인에 적극 대응해온 타깃과 월마트 주가가 각각 87%, 27% 오른 것과 대비된다.
CNN, CNBC를 비롯한 외신들은 추수감사절,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매출을 주도한 게 '젊은 사이버 올빼미족'이라고 진단했다. 야간에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쇼핑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중 상시 할인행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전처럼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기다렸다가 물건을 살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까지 원하는 상품의 구매를 기다린다고 답한 미국 소비자는 17%에 불과했다.
◆소비재 가격 급등할라...소비 폭발 '무역전쟁' 불안감도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로 한 쇼핑대목 실적은 미국 경제 향방과 관련해 시장의 관심이 컸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최근 소비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컸다. 미국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요며칠 쇼핑대목에 일어난 소비 폭발을 미국 경제의 호재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 추가 관세폭탄이 떨어지기 전에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렸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5일 연간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입장인데, 폭탄관세 대상은 소비재가 대부분이다.
폭탄관세 조치에 앞서 소비를 늘린 미국인들이 연말 쇼핑시즌이 끝나면 다시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소비, 택배쓰레기…블랙프라이데이 반발도
일각에선 블랙프라이데이가 과소비와 환경파괴를 조장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블록프라이데이(프라이데이를 막자, Block Friday)’ 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신용카드 빚에 허덕이고 있다면 쇼핑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사로 과잉소비를 경계했다.
미국의 가계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미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전 분기 대비 920억 달러 증가한 13조9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4.4%에서 4.8%로 악화됐다.
미국 신용카드 관련 정보사이트인 크레디트카드닷컴에 따르면 신용카드 빚을 가진 소비자의 61%가 연말 쇼핑시즌에 빚을 더 내서라도 쇼핑을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고 미국 IT매체 더버지가 보도했다.
온라인 쇼핑 급증으로 늘어난 택배 쓰레기도 골칫거리다. 미국 폐기물 서비스 업체인 리퍼블릭서비스에 따르면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시즌에 한 가구당 쓰레기가 평소보다 1000파운드(약 454㎏), 약 25% 더 늘어난다고 했다. 환경단체들이 과소비를 부추겨 환경을 파괴한다며 아마존을 비판하는 이유다.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가짜 리뷰(구매후기)도 판을 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 월마트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짜 리뷰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아요' 평가가 사실은 돈을 받고 쓰거나 로봇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것.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가짜 리뷰 단속에 나섰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