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달러 MRO 시장] ③ 정부가 밀고 기업 나섰더니, 일자리·돈이 보인다

2019-12-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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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지원 따라 최대 4만5000개 일자리 창출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MRO 선진국... ‘배경엔 군 물량 있었다’

국방개혁 2.0... ‘MRO 외주 필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항공정비(MRO)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재 성격의 MRO 산업 특성상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실화될 경우 국방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정책 지원 따라 최대 4만5000개 일자리 창출
실제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항공 MRO 산업 실태조사와 기존 통계를 바탕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MRO 산업의 육성에 나설 경우 향후 10년 내 관련 분야에서 최대 4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

절반이 넘는 국내 MRO의 해외 의존도가 10%대 미만으로 떨어지고, 나아가 외국 기업이 MRO를 위해 국내를 찾을 정도가 됐을 경우를 상정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산업육성정책→ 산업형성→ 국내 MRO 수요 내수화→ MRO 수출이라는 4단계를 순차적으로 밟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1~3단계가 혼재된 상황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군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견해다.

이은성 석세스코드 MRO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싱가포르 등 주요 MRO 선진국의 성장 사례를 보면 산업 초기 군용기 정비 물량의 외주를 비롯한 당국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며 “현시점에서는 부처별로 따로 노는 정책의 통일을 위해 공동기구를 설치하고, 민간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MRO 선진국... ‘배경엔 군 물량 있었다’
국내 항공사들이 많이 찾는 MRO 선진국 싱가포르도 같은 방법을 통해 산업을 육성했다. 세계 3위(매출 기준)의 MRO 업체 싱가포르의 ‘STA’도 1975년 설립 당시 현지 공군에서 100% 물량을 받는 내수용 군정비회사로 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MRO 시장에 진출하는 선순환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다른 MRO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1997년 국방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업체 중심의 후속 지원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군 보유 정비창의 50%를 감축했다. 또한 전투에 긴요한 무기체계 및 군 핵심장비에 대한 정비까지 민간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군 정비인력의 58%인 9만1000명 감축 등 국방 효율화를 이뤄냈다. 민간기업들은 정부의 외주 전략으로 매출확대와 고용창출은 물론 기술 경쟁력 강화로 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영국도 1980년대 이후 국방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운영을 위해 민간 위탁을 확대했다. 군의 정비창 등을 폐쇄하고 관련 운영 인력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공군의 MRO를 100% 민간에 맡긴 것이다. 세계 4위의 MRO 업체 영국 ‘BAe’가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칙적으로 군 정비 및 수리창을 대신하여 방산업체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자위대는 간단한 군직 야전 정비만 담당하며, 직접 기업과 계약을 체결해 MRO를 수행하는 식이다. 미쯔비시(세계 21위)와 가와사키(세계 49위) 등이 글로벌 MRO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다.

◆국방개혁 2.0... ‘MRO 외주 필수’
전문가들은 군이 자체 MRO 물량을 민간으로 내줄 경우 ‘국방개혁 2.0’에서 강조하는 ‘국방 효율화’와 ‘전투 중심의 강군 육성’도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군 MRO의 민군융합 촉진을 통한 혁신성장 방안’에 따르면 국방개혁 2.0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MRO를 비롯한 비전투 분야의 외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군 MRO의 민간 이관을 통해 군인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고, 이를 통한 국내 MRO 기업의 세계적 수준 기술 확보로 군 전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해군의 ‘수명주기지원 정비제도(LTS: Life Time Support)’도 MRO 외주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LTS는 구축함을 예로 들면, 체계종합업체가 ‘전력화부터 퇴역’까지 전 과정, 전 분야 정비를 책임지는 ‘생애주기 책임정비’ 시스템이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국방위원회·비례대표)에 따르면 LTS 도입 후 평균 정비 복귀가 38일에서 9일로 29일 단축됐고, 고장이 월 7.1건에서 6.7건으로 줄었다. 가동률도 2배가 증가했다.

최세림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국내 MRO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항공기 부품 수입 관련 관세제도의 정비도 필수”라며 “현재 우리나라 관세제도는 항공기 정비를 해외외주정비에 맡기는 것이 더 저렴하도록 국내 정비업체를 역차별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도,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6월 경남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 한국항공서비스(KAEMS) 본사에서 국내 1호 항공정비(MRO) 산업단지인 용당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착공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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