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성장세가 올해보다 소폭 개선된다고 전망했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 내년은 2.3%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한은이 내놨던 전망치는 올해 2.2%, 내년 2.5%였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월 2.9%로 전망한 이후 총 6차례 끌어내렸다. 지난해 7월(2.8%)부터 이달(2.0%)까지 매번 눈높이를 낮췄고, 올해만 0.6%포인트 내려잡았다.
특히 내년 성장률도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2.5~2.6%)을 여전히 밑돌고 있어 경기 둔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현행 1.25%에서 동결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과 10월에 0.25%포인트씩 내린 만큼 당분간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가 현재 바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라면서도 "내년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비춰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4%로 종전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과 내후년 물가는 각각 1.0%, 1.3%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0%)를 크게 하회한다.
이 총재 역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리정책(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현 금리(1.25%)가 실효하한이 아니며,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소비나 투자지표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지금 내려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