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28일 세계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식품가격이 치솟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인플레이션 위협이 다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중앙은행들은 보통 인플레이션 압력에 금리인상을 비롯한 통화긴축으로 대응하지만, 지금 당장은 경기부양이 절실해 돈을 푸는 통화완화의 고삐를 죄지 못하고 있다.
소널 바르마 노무라 인도·아시아(일본 제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는 사이 공급난에 식품물가가 상승하는 건 중앙은행에 큰 정책 딜레마"라며 "중앙은행이 이를 지속적이라고 볼지, 일시적이라고 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물가지수는 지난달 2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탓에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현지에서 사육되던 돼지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지난달에만 돼지고기 가격이 2배 올랐다. 이 여파로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8% 뛰었다.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월에 5~6%까지 뛴 뒤에야 잠잠해질 것으로 본다. 이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에 이르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통화완화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인민은행이 당장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ASF가 중국 밖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다. 중국 못지않게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베트남에서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이미 약 6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알렉스 홈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소비자물가에 ASF 파장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는 통계 왜곡에 따른 것으로 충격이 곧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사육돼지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에서는 양파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사회불안이 우려될 정도다. 양파는 인도 요리에 많이 쓰이는 재료 가운데 하나다. 올여름 예년보다 많은 비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9월에만 가격이 월간 기준으로 200% 넘게 치솟았다. 양파 가격 상승세는 지난달 인도의 물가상승률을 26%로 끌어올렸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4%를 넘긴 건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당장 인플레이션에 맞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에서 긴축으로 돌릴 처지가 못 된다. 인도 정부는 29일 올해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인데, 2013년 이후 최저인 4.6%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늘을 찌르는 식품물가로 고전하기는 터키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은 1분기에 30%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 대개 15%를 넘었다. 지난해 터키 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와 낙후된 관개시설로 인한 가뭄 피해 등이 식량난을 부추겼다.
아프리카 남부를 휩쓴 가뭄도 프런티어 국가들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잠비아의 경우 옥수수 가격이 치솟아 식품물가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짐바브웨에서는 식품물가가 한 달 새 50% 가까이 올랐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식품 밀수 차단을 위한 국경 폐쇄 조치로 지난 8월 이후 수입 쌀 가격이 7.3%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