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대검찰청의 지휘권을 갖는 법률상 상위기관이다. 따라서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사전에 직제와 관련해 통보를 하거나 보고를 할 의무는 없다. 또한, 검찰청의 직제, 특히 수사부서 편제는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를 얻을 사안도 아니다.
어떤 경우가 됐든 검찰이 법무부를 향해 ‘사전 통보나 협의의 부재’를 이유로 분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더구나 검찰은 앞서 ‘특수부’을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바꾸고 전국 9개 지방검찰청에 있는 특수부를 3개로 축소할 때까지만 해도 크게 저항하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접수사권의 축소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권에 대한 사법통제는 강화하되 직접수사는 대폭 줄이겠다는 입장이었다.
윤 총장의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비슷했다. 지난 5월 문 총장은 퇴임을 앞두고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하겠다”라고 밝혔다. 형사부·공판부를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면서 “직접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시 문 전 총장은 ‘수사권 조정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마약수사, 식품의약 수사 등은 분권화를 추진 중에 있다”면서 “검찰 권능 중 독점적·전권적인 것이 있다면 찾아서 내려놓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통제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문 전 총장의 주장이었다.
검찰 관계자도 당시 법무부가 미국 DEA(연방 마약수사국)과 같은 수사기관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면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직접 수사권한을 내려놓고, 사법통제권을 갖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랬던 검찰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법무부의 ‘직접수사권 축소 방침’이 예상외로 강력하다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법무부 방침의 핵심은 공공형사부, 강력부, 방위산업비리수사부, 금융증권범죄수사단 등 전문·전담 수사부의 폐지와 축소다. 이름이 '전문·전담 수사부'이지 특수부와 별다를 것이 없는 곳들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들 '전문·전담 수사부'를 ‘유사(類似)특수부’ 혹은 ‘準 특수부’로 부른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이들 ‘전담·전문 수사부’는 모두가 제3차장검사 산하에 배치돼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은 인지·특별수사를 맡고 있는 보직이다. 부산과 광주, 대구, 인천, 수원 등 특수부를 운용해 온 전국 주요 지방검찰청도 특수부를 관장하는 제2차장검사가 전문·전담수사부를 관할해 왔다.
특수부가 축소·폐지되더라도 이들 전담·전문수사부가 남아 있다면 검찰의 직접·인지수사 역량은 거의 그대로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 안이 집행되면 검찰의 직접수사권, 특수수사권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난 달 특수부 대폭 축소 방안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검찰이 전담·전문수사부 축소-폐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공식적으로는 “힘들게 키워온 전문수사 역량이 파괴된다”라는 게 명분이지만 속내는 검찰의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에 따라 현재 단일체제인 경찰을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경비(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검찰 대신 분야 별 전문 사법경찰(마약, 식품의약품, 금융, 조세) 기구를 만들어 1차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