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시장선 '환호'보단 '경계'

2019-10-29 13:45
  • 글자크기 설정

S&P500 사상 최고에도 시장 참가자들 경계심

미·중 통상갈등, 글로벌 경기둔화 불확실성 계속

최고치 찍고 조정 뒤따르는 경험 반복될 수도

미국 뉴욕증시가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둔화라는 장애물을 헤치며 28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에 올라섰다. 이날 뉴욕증시 간판인 S&P500지수는 전날보다 0.56% 상승한 3049.42를 기록했다. 지난 7월 26일에 쓴 역대 최고 종가 기록을 다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P500지수의 기록 경신을 반색했다. 그는 증시 개장 후 지수가 장중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미국 증시가 방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과 401-K(퇴직연금), 그리고 솔직히 모두에게 있어 큰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증시를 끌어올린 건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과 미국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체결할 수도 있다며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도 대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을 내놨다.

그럼에도 시장은 환호하기보다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에밀리 롤랜드 존핸콕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엉금엉금 기어서 마침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글로벌 경제 성장에 다시 가속이 붙을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확신은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계심은 시장 움직임에서도 확인됐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기순환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면 경기가 나쁠 때 매력을 높이는 경기방어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AP에 따르면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중 최근 오름세가 도드라진 곳이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유틸리티 관련 종목이다. 7월 26일 이후 6.3%나 올랐다. 전기, 가스, 수도 사업 등을 포함하는 유틸리티는 성장은 더디지만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에 경기가 불황일 때 더 주목을 받는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잇따른 금리인하 바람에도 비교적 높은 수준인 배당수익률 역시 유틸리티 업종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경기가 호황일 때 빛을 발하는 경기순환주는 훨씬 부진하다. 일례로 에너지 업종은 7월 26일 이후 5%나 하락해 S&P500 업종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초 랠리를 주도하던 기술주 역시 7월 이후로는 S&P500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고 있다.

경기방어주의 강세와 경기순환주의 상대적 부진은 현재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담겨있는 셈이다. 윌리 델위치 R.W.바이어드 투자전략가는 무역전쟁이 경제에 얼마나 파장을 미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증시를 든든히 받쳐주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추가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 10월 16일까지 7주 가운데 4주간 미국 주식펀드,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이탈한 게 그 예다. 올해 1~8월 이들 펀드에서 빠져나간 투자액이 10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인베스트컴퍼니인스티튜트(ICI) 자료는 보여준다. 대신 투자자들은 안전한 채권펀드로 몰려갔다. 

투자자들의 이 같은 경계심은 뉴욕증시가 지난해부터 사상 최고치를 몇 번이나 돌파하고도 조정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00포인트 지붕을 깨는 데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문가들이 이번에도 '불안한 기시감'을 지적하고 있다고 29일 전했다. 기업들의 실적 시즌인 데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다는 점도 7월 국면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7월 말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0.25%포인트)했다. 9월에 이어 오는 29~30일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세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할 전망이다.

인스티넷의 프랭크 카펠렐리 이사는 "(S&P500지수가) 지난 7월 26일 사상 최고치 경신 후 미·중 마찰 심화와 경기둔화 우려로 다시 하락세를 탔다"며, "이유가 어떻든 박스권 탈출에 여러 번 실패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진=A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