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기관투자자 CLO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증권·자산운용사는 총 7조6149억원을 CLO에 투자하고 있다.
CLO는 신용이 낮은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받는 대출인 '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고금리 상품으로 분류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평가받는 부채담보증권(CDO)과 기초자산만 다를 뿐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험사는 지난 6월 현재 3조2743억원을 CLO에 투자했다. 이는 4년 반 전인 2014년 말의 1조5929억원에서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자산운용사(8월 말 기준)의 경우 CLO 투자 규모가 4조1659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소규모로 운영하는 자산운용사 특성상 과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LO의 규모는 거의 집계되지 않다가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등이 자체 자료와 블룸버그 자료 등을 토대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이번 금감원의 통계는 CLO를 보유한 각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로부터 투자현황을 제출받아 파악한 것이다. 은행은 CLO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금감원의 집계와 지난 6월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40억달러(약 4조7천억원·1월 말 기준)와는 차이가 커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 경기 침체에 따라 CLO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불안 요인으로 기업부채 문제를 꼽으면서 기업부채의 원인이 금융사의 위험자산 투자라며 위험자산의 대표적인 예로 CLO, 신흥국 채권, 해외 부동산 등을 언급했다.
연구원은 "이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저금리 기조하에서는 부실화 위험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금리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CLO 시장 규모의 가파른 증가세를 소개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 감독 당국은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기관의 CLO 투자대상 기업의 신용등급은 보험사 75.2%, 증권사 76.2%, 자산운용사 92.8% 등 상당수가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등급 이하였다.
보험사와 증권사는 그나마 선순위 채권의 비중이 92.0%, 91.6%였지만 자산운용사의 경우 투자대상 중 7.21%만이 선순위 채권에 해당해 훨씬 더 고위험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레버리지론'은 무담보채권과 유사한 약식 대출 형태여서 채무 불이행 시 회수율이 낮기 때문에 투자 때 선순위 여부가 투자의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조사 시점 현재 수익률은 보험사 6.00%, 증권사 4.76%, 자산운용사 2.74%로 크게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호 의원은 "CLO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제1 요인"이라며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CLO 투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세심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