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따르면 군 당국이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촛불 계엄령 문건에 대해 '원본이 아니다'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안보지원사 문서와 형식이 유사하지만, 내부 문서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의 결론은 엄밀히 말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의견'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검찰 고발로 원본 여부는 검찰이 밝힐 일(형사사건 요건) 이지, 군 당국이 결론낼 일은 더욱 아니다.
따라서 촛불 계엄령 문건의 원본, 나아가 진위 여부는 법에 근거해 적확히 따져야 한다.
임 소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해당 문건은 저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검찰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 원장은 "만약 검찰이 임 소장이 언론에 공개한 문건과 동일한 문건을 가지고 있다면, 임 소장의 출력물 역시 원본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오타 표기에 대해 제보자 신원 노출을 우려해 필사했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해당 문건이 원본은 커녕 출력물로도 인정받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조건을 명확히 하고 있다. 첫째 정보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돼야 하고, 둘째 정보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당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돼야 한다.
촛불 계엄령 문건과 같은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검찰은 정보 저장매체를 영구히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자료를 '이미징'해 복제본을 만들고 원본을 반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정보 저장매체 원본과 이미징한 복제본 사이에 동일성이 중요하다. 이때 정보 저장매체 원본과 이미징한 복제본의 동일성을 담보하기 위해 원본과 복제본의 해시값(파일에 남는 숫자·영문 32자 조합으로 원본 동일성 확인에 쓰임)이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핵심이다.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정보 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이 원본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증명하면 된다.
또는 법원이 해당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 즉 촛불 계엄령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동일성과 무결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임 소장이 원본이라고 주장하는 촛불 계엄령 문건은 가공, 편집본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다만, 공익제보자가 누구인지 여부가 '신빙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진위 여부는 별개라는 의미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 변호사는 "검찰이 촛불 계엄령 문건을 제공한 공익제보자의 신원과 유통경로, 일관된 진술 등을 토대로 증거력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촛불 계엄령 문건의 진위가 가려진다 하더라도, 문건에 도장이나 전자결제 등의 유무에 따라 공식문서인지, 안(案)에 불과한지에 대한 판단 문제가 또 남아 있다.
이렇듯 촛불 계엄령 문건은 '원본'과 '진위' 여부 등을 나눠 법적 근거 아래 각각에 대한 정교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내부단속에 실패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소홀히 해, 결국 섣부른 의견을 표명하고 인정한 꼴이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원본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공식적이지 않다'라는 만능방패로 면피(免避)한다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하지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