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돼지열병에 사료업계 충격파..세계 돼지고깃값도 껑충

2019-10-24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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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사료 옥수수 10% 곤두박질..사료업계 "현실은 통계보다 더 나빠"

中돼지고깃값 폭등하면서 수입량 급증...유럽 돼지고기 가격 35%↑

중국을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세계 최대 양돈국이자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 돈육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돼지 사육두수 급감에 돼지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은 급락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한 영상 속에서 할인하는 돼지 고깃덩어리를 세 명의 손님이 잡고 서로 가져가겠다면서 옥신각신하는 장면은 중국 돼지열병이 빚어낸 촌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사이 70% 가까이 뛰었다.

문제는 돼지고기 파동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경제 성장률보다 돼지열병부터 손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영상 캡처]


◆돼지사료업계 충격파··· 옥수수값 곤두박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기르고, 또 먹는다. 세계 돼지 사육두수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지난해 8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돼지열병이 발생한 뒤 중국의 사육두수가 반토막 났다는 라보뱅크의 집계도 있다. 전 세계 돼지 중 4분의1이 사라진 셈이다.  

돼지 사육두수 급감은 '사료 수요 급감→사료 곡물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다롄상품거래소(DCE)에서 돼지사료로 주로 쓰이는 옥수수 선물 1개월물은 5월 이후 가격이 10% 하락해 t당 1859위안(약 30만원)을 가리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돼지열병이 사육 관련 산업까지 충격을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연간 옥수수 생산량 중 3분의1이 돼지사료로 쓰이는 것으로 집계된다. 상품 컨설팅업체 섭라인차이나인포메이션(SCI)의 저우 준 애널리스트는 "돼지 사료 수요가 앞으로 몇달 혹은 몇년 동안 계속 미약할 수 있다"면서, 돼지열병으로 올해에만 중국의 옥수수 수요가 4000만t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옥수수 거래업체 류지아퉁펑은 올해 돼지열병이 랴오닝성을 강타하면서 옥수수 수요가 반감했다고 말했다. 랴오닝성은 중국에서 돼지사육업으로 이름난 지역이다. 류 한룽 류지아퉁펑 이사는 FT를 통해 "돼지열병이 우리 사업에 예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고 한탄했다. 

돼지사료 공장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장시성 소재 순싱사료의 레이 커진 이사는 돼지열병 발병 전 1만3000t이던 돼지사료 월간 판매량이 2000t까지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돼지가 90% 사라진 마당에 어떻게 우리가 생산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옥수수 거래업체들은 가금류 사육농가에 희망을 걸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체재로 닭고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닭 사료로도 쓰인다. 닭 사육 증가에 순싱사료는 올해 상반기에 가금류 사료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돼지사료 감소량을 상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아주경제]

◆中 돼지고깃값 급등에 세계 육류시장도 들썩

중국에서 돼지고깃값이 치솟으면서 전 세계 돈육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돼지고기 평균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9% 폭등했다. 9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 최상단인 3%까지 높아진 배경이다. 또 블룸버그는 중국의 돼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이르기까지 베이컨, 햄과 같은 가공돈육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모두 13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6% 늘었다.

저스틴 셰러드 라보뱅크 전략분석가는 "세계 어디에서건 돼지고깃값이 오르고 있다"면서 "시장이 주목하는 곳은 중국이다. 첫째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돼지열병이 닥친 사실상의 첫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달하지만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살처분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처음 발병한 뒤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북한 등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번지고 있다. FT에 따르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도 돼지열병이 확산하면서 유럽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올해에만 35%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돼지고기 가격은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돼지 수요가 급증했던 2004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급격한 오름세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는 가운데 내년 춘제(설 연휴) 수요를 위한 재고 확충이 맞물리는 올해 말이 돼지고기 가격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선 육류 소비량 중 70%를 차지하는 돼지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소고기와 닭고기뿐 아니라 지방에선 개고기와 토끼고기가 다시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가짜고기'로 불리는 식물성 대체육류 수요도 급증세라고 한다. 중추절(추석) 연휴를 앞두고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 대체육류로 만든 월병이 이틀 만에 품절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中, 성장둔화보다 돼지열병이 더 시급"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성장률 둔화보다 돼지고깃값 급등일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6%로 27년 만에 최저를 찍으며 경고음이 울렸지만, 중국인들이 생활에서 체감하는 충격은 돼지열병 쪽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최근 길거리 햄버거 가게에 들러 가격을 물어보며 서민들의 물가 상승 체감 정도를 확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FT는 20일 오피니언을 통해 중국의 돼지열병 확산은 중국식 체제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권위주의적 중앙정부에 약점을 알리기를 꺼리는 보고체계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격차가 맞물리면서 돼지열병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현금이 부족한 지방정부가 돼지열병 피해 농가를 적극 지원하라는 베이징의 지시를 따를 능력이나 의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육 농가가 마구잡이로 돼지를 도살하거나 감염된 돼지를 전국으로 판매하면서 돼지열병의 확산을 재촉했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그래픽=아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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