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니콘 206개로 세계 최다…美는 203개
중국판 포브스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설립돼 올해 6월까지 유지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494개 중 중국 기업은 206개로 203개인 미국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해도 162개였던 유니콘 기업이 불과 1년 만에 40개 이상 늘어나면서 단숨에 미국을 추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도 ‘스타트업의 요람’ 자리를 중국 베이징에 빼앗겼다. 베이징에는 샌프란시스코(55개)보다 27개나 많은 유니콘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상하이, 항저우, 선전, 난징에도 각각 47개, 19개, 18개, 12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고 후룬리포트는 전했다.
중국 유니콘 기업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중국 당국과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거대 기업들의 아낌없는 투자가 있다. 중국 투중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유니콘 기업 중 약 절반 가량이 BAT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정부도 ‘중국제조2025’ 등 혁신성장 지원 정책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중국은 발전 가능성이 큰 신산업은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전략적으로 방치하고, 많은 기업을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한다. 이 같은 무규제 원칙이 유니콘 기업의 수를 빠르게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일부 유니콘 기업들이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유디디추싱은 올해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해외 시장 진출 실패와, 안전 논란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상황이 나빠진 탓이다.
지난해까지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는 한때 기업가치를 3조원대까지 높였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1조원대 부채를 떠안게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 양성전문업체인 플러그앤드플레이(P&P)는 “중국 스타트업이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가치를 올리려 하고 있고, 규제 장벽까지 낮아져 경쟁이 심화됐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지출로 기업과 벤처펀드에 거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도 유니콘 기업엔 악재다. 중국 유니콘 기업이자 세계 최대 CCTV 제조회사인 하이크비전은 최근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바이트댄스의 틱톡도 미국 청소년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한다는 의혹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57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