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5만 달러(약 115억5000만원) 머니게임’이 제주도 푸른 하늘 아래서 펼쳐진다. 17일부터 나흘간 제주 클럽나인브릿지에서 개막하는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더 CJ컵)의 한글로 새겨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 최고의 승부사들이 제주로 모인다.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브룩스 켑카부터 ‘현역 전설’ 필 미켈슨, ‘절친’ 조던 스피스와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등 PGA 투어 인기 스타들이 제주 바람에 맞서 별들의 전쟁을 벌인다. ‘제네시스 킹’으로 우뚝 선 지난 시즌 ‘신인왕’ 임성재의 PGA 투어 첫 우승도 기대할만하다.
◇ ‘슈퍼맨’부터 ‘쇼트게임 달인’까지 스타 총출동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이다. 지난해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슈퍼맨’ 켑카를 비롯해 PGA 투어 통산 44승에 빛나는 ‘쇼트게임의 달인’ 미켈슨도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출전을 확정했다. 이 대회 초대 우승자 토머스는 3년 연속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번에는 그의 ‘절친’으로 유명한 스피스와 동행한다. 미켈슨과 스피스는 이번이 첫 출전이다. 다만 둘은 2015년 인천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참가를 위해 내한한 경험은 있다. 또 올해 US오픈 챔피언 개리 우드랜드(미국)와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2018년 마스터스 우승자 패트릭 리드(미국)도 나선다.
제주를 찾은 화려한 라인업 구성은 대회 관계자들의 물밑 노력 덕분이다. 1회 대회 당시만 해도 선수 섭외를 위해 에이전트를 만나면 “어떤 대회인지 모르겠고, 우리 선수는 참가하지 않을 것 같다”며 무시를 당했다. 하지만 두 차례 대회를 치른 뒤에는 그 위상이 달라졌다. 대회 관계자는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 에이전트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선수들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회를 경험한 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효과를 보면서 CJ컵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더 좋은 선수들이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피스의 참가 후문은 흥미롭다. 그의 친한 친구인 토머스가 “대회 서비스가 최고다. 제주 흑돼지 바비큐가 정말 맛있다”며 설득했다는 일화도 있다. CJ 측은 초대 대회부터 스피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웨딩 사진첩까지 들고 찾아가 제주도가 환상적인 신혼여행지라는 홍보를 하는 등 물신양면으로 공을 들였고, 끝내 스피스가 좀처럼 나서지 않는 가을 시리즈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 ‘제네시스 킹’ 임성재, 내친김에 PGA 우승 도전장
아시아 최초로 2018~2019시즌 PGA 투어 신인왕에 오른 임성재는 제주도에서 생애 첫 우승을 꿈꾼다. 지난 13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날 7타 차를 뒤집는 명승부를 펼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해 상승세가 무섭다. 생애 첫 1부 투어 정상에 오른 임성재는 “꼭 우승하고 싶다. 메인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르다. 감도 좋고 이번에 이렇게 우승을 했기 때문에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라며 자신감이 넘친다. 또 임성재와 함께 신인왕 경쟁을 벌였던 콜린 모리카와, 매튜 울프(이상 미국)도 이번 대회에서 맞붙는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더 CJ컵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PGA 투어 무대를 밟는 기회의 땅이다.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명인 문경준, 이수민, 함정우에 이어 임성재의 우승 덕에 이형준이 올해 출전권을 획득했다. 또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강성훈, 김시우, 안병훈을 비롯해 한국 남자골프의 ‘전설’ 최경주, 박상현, 황중곤, 장이근 등 K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아마추어 배용준까지 총 16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다. KPGA 선수권에서 우승한 호주교포 이원준과 PGA 투어에서 최근 우승한 재미교포 케빈 나, 마이클 김,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 등 한국계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총 20명이다.
◇ 우즈는 없어도…묘한 한일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관심이 뜨거웠던 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출전 여부였다. 하지만 끝내 우즈의 출전은 무산됐다. 더 아쉬운 건 우즈가 다음 주 일본에서 열리는 신생 대회 조조 챔피언십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출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CJ 측에서 우즈의 출전을 위해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부활한 ‘골프 황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년 계획을 미리 잡는 우즈의 투어 일정이 야속했다. CJ그룹 경욱호 마케팅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우즈를 초청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같은 기간 미국 페블비치에서 우즈가 주최하는 자선대회가 열려 매우 유감스럽게도 초청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켑카와 미켈슨은 더 CJ컵만 출전한 뒤 조조 챔피언십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 탓에 매해 10월 한국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PGA 투어 정규대회가 선수 섭외 경쟁에서 묘한 한일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CJ 측은 “우즈는 일정 탓에 어쩔 수 없었지만, 우리는 세계 1위가 참가하는 대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