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 천명 2년…원전 수출 어디까지 왔나

2019-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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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체코·사우디 등 기대감 컸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완전히 별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추진으로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2017년 10월 정부가 밝힌 입장이다.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은 지진 위험과 다수 호기(한 장소에 여러 원전을 짓는 것) 등 국내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원전 수출은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익성과 리스크를 엄격히 따져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가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지만 해외 원전 수출을 통해 국내 원전산업이 축적한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영국, 체코,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원전 수주 지원방안까지 내놨었다.

'탈원전과 원전 수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천명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원전 수출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황은 좋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수출 사업 중 가장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 원전 건설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원전건설비용 조달 방식을 두고 변경 논의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전력은 도시바의 영국 원전사업법인 '뉴젠'을 인수할 생각이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권을 가진 뉴젠 인수를 통한 영국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지난해 6월 원전사업에 규제자산기반(RAB) 모델이라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전과 도시바의 협상이 길어졌다.

결국 도시바는 지난해 11월 뉴젠을 청산하겠다고 발표, 한전의 뉴젠 인수를 통한 영국 원전시장 진출은 무산됐다.

영국은 지난 7월 신규원전건설 자금 조달을 위한 RAB에 대한 시민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의견수렴 절차는 10월 14일까지다.

RAB은 정부 규제기관이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부지원 등으로 재원조달을 할 수 있는 건설 사업방식이다. 기존 사업 방식인 CfD(발전차액정산모델)보다 수익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지만, 영국 정부의 보증이 있어 리스크가 적다는 것은 장점이다.

RAB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끝난 이후에도 검토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제화하기까지는 최소 1년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원전건설에 RAB 도입이 최종 결정된 이후에도 세부 도입방식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또한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라 현재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건설 사업 중단 사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사우디 원전 사업 진출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220억 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7월 한국을 포함한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 등 수주전에 참가한 모든 국가를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올 연말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사우디 현지 정부 관계자가 미국을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수주를 마냥 낙관하기도 어렵다.

체코 원전 수주 역시 미지수다.

체코는 안보를 이유로 원전 건설 사업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체코 신임 산업부 장관이 "원전 사업에서 중국과 러시아 기업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방침을 바꿨다. 체코 정부의 방침이 바뀌면서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이길 확률은 더 낮아졌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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