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라츠셔 독일경제연구소(DIW) 원장은 "현 시점에서는 영국과 EU 모두에게 하드 브렉시트가 최상의 해결책"이라며 "브렉시트 추가 연장에 동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즉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영국이 단독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를 맺지 못하고 무질서 속에 EU를 이탈하는 '노딜 브렉시트'와는 차이가 있다.
프라츠셔 원장은 하드 브렉시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를 들었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다.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는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EU의 미니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르면 사실 지난 3월 29일 브렉시트가 완료돼야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EU가 수개월 만에 겨우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 의회의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4월 12일로 미뤄졌던 브렉시트 시한은 10월 31일까지로 또 한 번 연기된 상황이다. 이미 두 번이나 브렉시트를 연기하면서 EU와 영국 모두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만큼 추가 보류는 지양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가 브렉시트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브렉시트 합의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17일 미국에서 개막한 유엔 총회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존슨 총리는 유엔 총회에서 메르켈 총리 외에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EU 주요 지도자와 별도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U 측은 노딜 브렉시트 상황을 최대한 방어한다는 입장이어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조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