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EU 내부에서는 노딜 브렉시트를 홍수나 지진, 화재 같은 주요 자연재해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회원국에 대한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다.
노딜 브렉시트가 EU 역내의 자연재해로 분류되면 노딜 브렉시트로 피해를 본 회원국들은 '연대 기금(solidarity fund)'의 자금을 배분 받을 수 있다. 연대기금은 2002년 유럽 내 홍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매년 약 5억 유로(약 6650억원)를 활용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전년도에 사용하지 않은 자금도 끌어다 쓸 수 있다.
일단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맞닿아 있는 아일랜드공화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아일랜드 내 일자리가 내년 말까지 3만 4000개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단기적으로는 10만개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과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영국과의 교역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EU는 그동안 영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인내심을 보여왔다. 노딜 브렉시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정부와 함께 도출한 브렉시트 협의안을 수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영국과의 추가 대화를 유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EU가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적극 가동한 것은 우려에만 그쳤던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존슨 총리가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영국 의회와 EU를 압박하고 있는 탓이다.
존슨 총리는 3일 의회 개원을 앞두고 '여왕 연설'을 10월 14일로 결정했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여왕 연설은 개원 의미로 통한다. 10월 13일까지는 사실상 '식물 의회'가 된다는 얘기다. 노딜 브렉시트가 될지언정 추가적인 브렉시트 연기는 없다는 존슨 총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브렉시트 시한은 10월 31일로 정해져 있다. 의회가 개원한 뒤 브렉시트까지 남은 시간은 2주 남짓에 불과하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앞서 영국 정부가 EU 역내 '이동의 자유'를 차단하기로 한 만큼,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과 EU 회원국 간 이동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절차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경우 영국 정부가 여왕 연설이 예정돼 있는 10월 14일께 또 다른 선거를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