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투키디데스 함정' 미중 격돌 속, 한국이 살아날 방법

2019-09-1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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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석좌연구위원]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엘리슨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예로 들어 패권국가인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이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미·중경쟁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찰 국가 역할을 하는 동안 재정적자, 무역적자, 방위비 부담, 제조업의 동공화라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편,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하면서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미국의 잠재적 경쟁국가로 부상하였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대미 교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패권국가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패권국가로 부상하려는 중국과의 대결이 전개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 전략경쟁은 한 분야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패권국의 위치를 점유하기 위한 총체적 경쟁이기 때문에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은 양자 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냉전체제에서 미·소 대립은 비교적 단순했다. 서방권과 공산권 간에 교역이 없었기 때문에 미·소 대립은 이념 대립과 군비 경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은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관세와 교역을 둘러 싼 무역분쟁은 물론 과학·기술, 에너지, 사이버 등의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신형국제관계 및 ‘일대일로’ 전략이 부딪히고 있다. 규범과 제도를 둘러싼 경쟁도 벌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 놓은 안보질서, 경제질서, 사회문화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이것을 대체하려는 중국이 규범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력권 확대를 위해 관련 국가들에 다양한 압력과 유인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환경은 한국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전략적 선택이 분명했지만, 현재와 같이 복합적 네트워크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외교, 안보, 경제가 얽혀 있어서 분야별로 대응책을 강구하기도 어렵다. 특히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규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경제정책이 안보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이분법적인 정책을 택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더욱이 미·중 경쟁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어렵게 한다.

미·중 경쟁은 한국의 외교안보, 경제, 통일문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미·중 경쟁의 양상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복합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중국의 신형국제관계·일대일로에 버금가는 종합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외교안보, 경제통상, 대북통일 분야의 국가이익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분야별 국가이익의 우선순위를 선별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복합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미·중 의존도를 줄이고 지경학적 영역을 확대하는 다변화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지경학적 구속에서 벗어나서 외교와 시장의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은 외교와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중견국의 가치와 규범에 입각하여 다자협력의 네트워크를 주도해야 한다. 한국이 중견국으로 평화, 번영, 포용, 공생의 가치를 주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평화국가, 문화국가, 역동적 국가, 교량국가, 허브국가 등의 이미지를 추구함으로써 중견국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2차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질서의 규범과 제도가 약화되고 있으며, 기존 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가치, 규범, 규칙,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 제도형성자로서 다른 지역의 중견국과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어젠다, 명분, 국제공공재를 개발하고 비슷한 국가위상과 전략적 고민을 안고 있는 중견국과의 연대를 통해 상호존중, 공동번영, 공공재 개발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넷째, 다층적 균형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전통적 안보, 무역 등의 이슈뿐만 아니라 환경, 인권, 재난구호, 원자력 안전 등과 같은 신안보 이슈와 생태 이슈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이슈의 균형이 필요하다. 또한 하드 파워와 함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국력의 균형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국제기구, 국내외 민간단체의 연대를 형성하는 행위자 균형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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