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0℃의 명품·명장·명예의 융해로 '육군 종합정비창'.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시작한다.
◆왜 뜨겁지, 왜 뜨겁냐고
온천 터지듯 땀샘이 폭발했는데 전차 부품 세척을 위해 정비복 위에 우비를 껴입었다. 습식 사우나가 따로 없다. 그래도 괜찮다. 작업에 돌입하면 워터건에서 나온 고압수가 휘몰아치는 물보라가 돼 더위를 식혀줄 것이다고 생각했다. 셀프 세차장에서 흔히 봤던 워터건. 전차 부품에 물줄기를 분사했다. 물줄기가 닿은 곳에 오래된 페인트가 시원스레 벗겨졌다. 고압수도 물보라가 돼 날린다. 생각대로다.
뺨을 때리는 물보라. 그런데 왜 뜨거운 것이냐. 당황스럽다. "물이 뜨겁습니다"고 묻자 "페인트를 벗겨내기 위해 고온고압의 물을 쏩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먼저 물어보지 않은 본인 탓이지만, 그런 사실은 미리 알려주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쇠볼은 소나기로, 아황산가스는 안개로
또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기본 정비복부터 쇼트보호두건까지 4겹이다. 몸에서 소금이 나오기 직전인데 시작부터 아찔하다. 호스에서 쇠볼이 나오는 압력으로 순간 뒤로 넘어질 뻔했다. 숙련된 군무원의 재빠른 조치로 다행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정신을 부여잡고 제청작업에 몰입했다. 쇠볼이 부딪친 곳에 불꽃이 튀었다. 불꽃이 인 자리에 켜켜이 쌓인 녹이 눈 녹듯 사라졌다. 타닥타닥타닥 녹을 제거하고 불꽃이 돼 튕긴 쇠볼이 쇼트보호두건에 새찬 소나기처럼 부딪쳤다. 늦출수 없는 긴장감에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른다. 10여분이 지났을 뿐인데 작업장 내부는 아황산가스, 아세톤을 비롯한 유해물질들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1650℃ 3名 바탕... "선·후공정을 위한다는 마음"
육군 종합정비창 여정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 또다시 복장을 갈아입었다. 이번엔 방열복. 5번째 복장 교체다. 생산단은 각종 장비의 정비에 활용되는 일부 부품을 직접 만들고 있다. 수요가 적어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업체에서 생산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주조 공정이다.
1650℃의 열기와 불꽃이 굉음 속에서 쇳물을 담는 로트(Lot)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군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1650℃보다 낮으면 로트에 쇳물이 담기는 순간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차례가 왔다. 순간, 공장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2인 1조가 돼 쇳물을 주물품에 부었다. 쇳물이 주물품 구멍 밖으로 조금 흐르자 "어어어"하는 탄식과 "어깨에 힘을 빼요"라는 말이 뒤섞였다. 조언 대로 어깨에 힘을 빼자 이번에는 엉덩이가 말썽이다. 힘이 잔뜩 들어간 엉덩이가 보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지만 작업은 무사히 마쳤다.
육군 종합정비창은 2018년 1월 이후 2007건의 관리개선과 공정개선이 이뤄졌고 약 200여 억원의 예산 및 2만여 시간의 인시절감 성과를 창출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상, 국방부장관상 등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있다.
육군 종합정비창에 근무하는 군무원들은 하나같이 사명감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터뷰한 군무원 모두가 "본인의 공정을 완벽히 해야 선후 공정에 차질 없다"고 말한 부분이다. 1650℃의 명품·명장·명예를 담금질해온 본질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