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쏟아지는 시댁의 무리한 요구를 비롯해 온종일 음식 준비와 손님맞이에 뒷정리까지,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 이후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도 '명절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000만원 이상의 빚'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청의 '가계생산'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360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가사노동 가치는 272조4650억원, 남성 가사노동 가치는 88조2650억원이다.
1인당 가사노동 가치로 따지면 여성은 연간 1076만9000원으로 남자(346만8000원)의 3배 수준이었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남성보다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4년 기준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53분이었지만 여성은 214분으로 4배나 많았다.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팀이 2016년 말 대한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1000만원 이상의 빚'과 맞먹었다.
명절 스트레스 점수는 여성이 32.4점으로 남성(25.9점)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한국어판 사회 재적응 평가 척도'를 이용해 스트레스 점수를 매긴 뒤 외국 학자가 제시한 상황별 스트레스 점수와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기혼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는 1만달러 이상의 부채(31점)를 갖고 있거나 부부싸움 횟수가 증가(35점)할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 점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혼 남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는 자녀의 입학과 졸업(26점), 생활환경의 변화(25점), 상사와의 불화(23점) 등을 경험할 때의 스트레스 점수에 해당한다. 기혼 남녀 모두 서양인이 크리스마스 때 받는 스트레스(12점)보다 훨씬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에 갑자기 증가하는 가사노동과 모든 일가친척들이 모이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로 평소 쌓여 있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통 명절 때 이혼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명절 기간 고부간 갈등이 자식과 며느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반영한다"면서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비난하지 말고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