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전문지 더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관련 성명을 봤다"며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관계"라고 설명하면서 "나는 늘 '만남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성명'은 북한의 담화 내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한국시간으로 9일 밤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 부상은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온다고 믿고 싶다"면서 미국 측에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했다. 새로운 계산법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북·미 간 거래는 그대로 종료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수일 또는 수주 내에 북한과의 협상을 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나온 뒤 공개된 것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며 비핵화 시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일종의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0일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도 북한이 북·미 간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는 6월 말 '판문점 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합의 사항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지속적으로 협상 복귀를 촉구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대북 유화 발언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빠르면 이달 말께 북·미 실무협상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비핵화 진행 방식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지지통신은 "최 부상은 북한의 협상 재개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합의된 시간과 장소'에서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며 "참석자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