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기술독립이 만든다] <이종 이식③> 선진국과 격차 좁힌다…정부 간 협업은 과제

2019-08-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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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종장기 이식 기술이 한국을 바이오 인공장기의 핵심 국가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이종이식은 재생의료 중에서도 단기간 내 실현가능한 연구로 꼽혀 기술 선점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이종장기 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의 장기나 조직 등을 이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종이식 시 발생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이나 이종 간 감염병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종이식에 쓰이는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형질전환 과정을 거쳐 이식을 진행한다.

이종이식은 미국이 최고의 기술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뒤를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등이 따르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유관부처 통계에서 한국의 기술수준은 미국 대비 70.4%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들이 분석한 기술격차는 4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항목에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따라잡았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2017년 5월 돼지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2년 이상 면역억제제 없이 정상기능을 유지한 사례 등은 이종 각막이식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을 증명한다. 지금 한국은 이종 이식 선진국을 바짝 쫓고 있다.

◆국내 이종장기 이식, 선진국 70% 수준…각막이식은 세계 최고 수준

각막이식의 경우 국내 연구가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이종이식용 돼지 ‘지노’와 거부반응을 좀 더 조절한 ‘믿음이’, 여기에 급성혈관성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추가한 ‘사랑이’를 차례로 2009년, 2010년, 2017년에 개발했다.

이후 윤익진 건국대학교병원 교수와 공동으로 원숭이에게 이종이식용 돼지의 각막을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16년 지노의 각막을 원숭이에 이식했을 때는 90일 동안 정상기능을 유지했으나, 믿음이의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유지기간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또 2017년 믿음이의 각막을 이식한 다른 원숭이는 지금까지도 면역억제제 없이 2년 3개월째 정상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왼쪽 눈(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눈)에 돼지 ‘믿음이’ 각막을 이식 받은 원숭이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윤익진 교수는 “췌도와 각막의 경우 조만간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기술이 개발된 상태”라며 “심장과 간, 신장 등 장기 이식의 경우 아직 임상시험을 시도할 수 있을 만큼 도달한 상황은 아니지만, 췌도와 각막은 큰 위험성이 없는 단계로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과 민간기업에서도 이종장기 이식 개발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을 주관연구기관으로 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돼지 심장 판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성공했으며, 2015년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 5마리가 돼지의 췌도 세포를 이식받아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중 한 마리는 최대 1000일까지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건국대학교는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51일간 생존하는 연구 성과를 보였으며,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은 국내 최초로 중증 화상 환자에 대한 동종·이종 피부 이식에 성공했다.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부터 농진청과 함께 돼지 췌도 세포를 이용한 이종이식술 연구를 수행 중이다.

생명공학업체인 옵티팝은 형질전환을 통해 확보된 메디피그를 이용하여 각막, 췌도에 대한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이종장기 분야 전문가들과 유효성 및 안전성 검증을 위해 영장류 이식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심장 및 신장 등의 고형장기도 영장류 이식을 통해 각각 46일과 32일의 생존기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옵티팝은 이종장기사업의 사업화를 위해 최적의 형질전환동물을 개발 중이며, 순차적으로 이종장기제품의 임상진입을 위해 비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장기 개발기업 제넨바이오도 최근 미니돼지를 이용해 이종이식 제품을 개발하고, 실제 이식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연구에 돌입했다.

◆이종이식, 문제는 임상기준 마련…사회적 공감대도 필요

최근 국회가 첨단재생의료법을 통과시키면서 국내에서도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일명 첨단재생의료법을 통과시켰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을 이용해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법은 통과됐으나, 속도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박정규 제넨바이오 사외이사(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첨생법과 상관없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종장기를 세포치료제에 준히 임상시험을 하도록 허가받았으나, 관련 규정이 아직 명확히 나오지 않아 속도가 잘 나지 않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해결돼야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종장기 이식은 2015년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신부전으로 평균 하루 5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생체이식을 받기 전 이종이식을 통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바이오 장기이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한 상황이다. 장기이식은 사회적 이슈와 생명윤리 등 문제가 함께 수반된다. 윤익진 교수는 “이종이식의 경우 기술의 사회적‧윤리적 쟁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이식, 정부 부처 간 협업도 필수

미국에서는 최근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돼지 등 동물 장기나 세포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법률을 완비하고 2016년부터 허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돼지 각막 부분층을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해 현재 47건의 수술을 진행했고, 뉴질랜드에서는 돼지 췌장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황성수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박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종이식술의 인프라 구축과 이종이식을 위한 의료적 기술축적 등의 시기였다면 이제는 이를 이용한 임상적용 기회의 시기”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2000년 초반 과기부와 보건지부, 농진청은 바이오장기 관련 과제를 함께 수행했으나 그 이후 협업은 중단된 상태다. 과기부와 복지부에서는 현재 이를 담당하는 부서도 따로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체이식의 경우 현재 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바이오 인공장기의 경우 법이나 제도 측면에서 아직 제정된 것이 없어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황 박사는 “바이오 장기 이식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 간 협업을 바탕으로 한 민관협력이 중요하다”며 “과기부와 농진청,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가 견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기술개발과 연구비 지원 등을 담당하고, 복지부에서는 이를 실제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상시험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동물 바이러스 혹은 과도한 면역억제제 사용에 따른 새로운 질환 및 감염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검증과 자가면역시스템으로 인한 급성 거부반응 극복 기술 등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을 정부가 담당해 민간기업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황 박사는 “이식 수술에 보다 최적화된 돼지를 개발하면,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외에도 부처가 다양한 기술・산업 전문 인력 간 연구 협력을 통해 산업 발전에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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