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017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당시 조국 교수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가리켜 서울대 학생이 뽑은 최악의 동문 1위라고 언급했다. 2년 뒤인 2019년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진 '2019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가 1위에 올랐다.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후보자의 후배들은 두 번째 촛불시위를 열었다. 목적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 박탈이다.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아크로 광장에서 조국 후보자의 후배들은 두 번째 촛불시위를 열었다. 목적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 박탈이다.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이날 서울대 광장에는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을 뒤로하고 촛불집회 중앙집행위원회 학생들이 청테이프로 포토라인을 만들며 집회 두 시간 전부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광장 우측 계단 나무엔 노란 배경에 굵고 검은 글씨로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바로 맞은편엔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있었다.
조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현수막 뿐만이 아니었다. 조 후보의 법무부 장관 자격 없음을 알리는 대자보가 학생회관을 둘러쌓았다. 대자보 제목은 '조국 교수님, 그냥 정치를 하시기 바랍니다'였다.
촛불 집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 가장 먼저 광장에 도착한 서울대 2학년 김엽 씨는 "초반엔 중립 기어였으나 말도 안되는 의혹들에 촛불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정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아크로 광장이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사용된 적도 없으며 정치인들이 와서 연설하는 곳도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서 법의 이해와 실천을 언급하며 "조 후보자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니 법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지는 몰라도 실천은 아닌 거 같다"라고 꼬집었다.
젊은 학생들 사이에 고령의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공과대학 65학번 이열기 씨는 "조 후보 문제들이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조 후보가 청문회에서 의혹에 대한 질문이 들어와도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해버리면 끝나버리는 것 아니냐"며 감정을 억누르며 답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뜨겁게 타오르기도, 때론 냉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민정수석이란 자리를 이용한 자산 축적 과정"이라며 비판한 한 학생의 자유발언 때는 주최 측 추산 약 800여 명의 참가자들 모두가 그의 입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였다. 자유발언을 하는 학생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마이크 앰프로 느껴질 정도였다. 저녁 바람에 촛불이 꺼질 땐 옆자리 사람에게 초를 기울여 불을 옮겨주기도 했다.
자유 발언자로 나온 한 학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 후보자가 세운 원칙에 스스로가 입각하면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참여자들에게 호소했다. 조 후보자의 딸 특혜 논란을 비판한 그가 발언을 마치자 광장 곳곳에서는 그의 의견에 응답하듯 박수와 환호가 뒤섞여 터져 나왔다. 동시에 참가자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구호가 세 번 울려 퍼졌다. 학생회관과 행정관 단과대 건물에 둘러싸인 아크로 광장에서 800명의 외침은 벽에 부딪혀 메아리가 돼 반복해 울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집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특정 정당, 정치적 목적을 지닌 참여자는 퇴장해달라며 학생들이 만드는 자발적 집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본격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조 후보자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후보자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를 9월 2, 3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