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당 83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주당 45달러 수준으로 폭락한 후 다시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모회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창업 멤버인 마이크 모하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데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해고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반등을 이끌어낼만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블리자드가 이렇게 추락한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현 CEO인 제이 알렌 브랙의 발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일, 브랙 CEO가 방한해 한국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이자리에서 "블리자드는 언제나 PC 중심의 게임사다.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보다 정교한 PC 게임에 집중해 게이머들을 만족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디아블로 이모탈' 이후 모바일 게임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동안 블리자드의 행보는 주요 고객인 PC 게이머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있다. 2016년 발매된 오버워치는 분명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장이 판매된 인상적인 대히트작이었지만, 그 뒤를 이을 작품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는 게임성·판매량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블리자드는 자체 게임 컨퍼런스 '블리즈콘 2018'에서 기존 IP의 후속작이나 신규 IP를 PC로 발매한다는 계획 대신 자사 팬층의 기대에 어긋나는 모바일 게임과 e스포츠 계획만 공개했다. 당연히 블리자드 팬층과 시장에선 큰 반발이 일어났다. 행사 이후 블리자드 시가총액은 반토막났고, 지금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e스포츠 전략 등을 선보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둘도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브랙 CEO조차 인정하듯 자사 주력 팬층이 기대하는 PC 게임을 먼저 공개하고, 이어서 공개하기 적당한 소식이지 않을까.
많은 업계 전문가가 블리자드가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대규모 IP 프로젝트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디아블로 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한 단락이 종료되어 신작이 등장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히어로즈 오브 스톰은 리그 오브 레전드, DOTA2 등 경쟁작에 밀려 블리자드마저 손을 떼는 추세다. 하스스톤은 대규모 IP라 보기에는 힘이 약하다. 오버워치는 한창 e스포츠 활성화 전략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후속작을 공개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2012년 이후 7년 동안 후속작이 공개되지 않은 디아블로 시리즈야 말로 블리자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큰 거 한방'이라는 설명이다.
공은 다시 블리자드에게로 넘어갔다. 오는 11월 개최될 예정인 '블리즈콘 2019'에서 브랙 CEO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대규모 PC IP가 공개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부디 신임 CEO가 자신의 말을 지킬 수 있길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