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방송 C-SPAN 등 외신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났을 때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확답을 피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앞서 미국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할 질문에 직면하거나 향후 계획을 비밀로 할 때, 혹은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이 표현을 자주 썼다며, 결과를 예단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어떤 결과가 오건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전략적인 표현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면서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서도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22일 한·일 지소미아를 연장하기 않기로 결정한 뒤 처음 나온 공개 발언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가 한미일 안보 공조 우려를 이유로 불쾌함과 실망감을 표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미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일 갈등이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확대한 데에는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방관자적 태도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일본이 일방적으로 단행한 수출규제 후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중재를 기대했지만 미국 우선주의에 갇힌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갈등을 중재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수출규제 발동 후 한·일 갈등이 심화되며 미국의 중재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에도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직업 같은 (힘든) 일"이라며 양국이 알아서 풀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CNN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북아 정책에서 한국과 일본을 중재해 온 미국의 역할을 무시해왔다고 꼬집었다.
언론인 태미 킴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은 한·일 두 나라로부터 자발적 복종을 기대해선 안 된다며, 미국이 역내 동맹국을 원한다면 노력을 들여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양국 간 수개월에 걸친 외교적 다툼과 무역 조치 이후에 나온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을 향해 무역 양보와 더 많은 방위비 지출을 압박하며 구경만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