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추가 금리인하 시사했지만..트럼프, "파월은 적"

2019-08-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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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경기 확대 위해 적절한 행동 취할 것"

"무역전쟁 불확실성 통화정책으로 해소엔 한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내달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하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십자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던 공격적이고 뚜렷한 부양 신호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불안을 자극한 건 파월 의장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추가보복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지만 "중대한 리스크(위험요인)"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기둔화와 미국 제조업 및 설비투자 약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튼튼한 고용시장과 2% 목표에 가까운 인플레이션과 함께 현재의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지난달 근 11년만에 첫 금리인하를 단행한 연준이 9월 추가 금리인하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하를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짚었다. 다만 진작부터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던 시장이 이날 파월 의장에게 기대하던 것은 그 이상의 부양 단서였다. 그러나 파워 의장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많은 부양을 제공할지를 시사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다. 

프리야 마스라 TD증권 전략가는 "연준은 지난달 FOMC 이후 더 높아진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다.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을 움리지 않는 동시에 추가 완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주요 경제 리스크로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독일, 중국 등의 경기둔화, 하드 브렉시트, 홍콩 시위, 이탈리아 연정 붕괴 등을 꼽았다. 미국의 경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위치에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계속 잘 해왔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연준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통화정책으로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고용와 인플레이션 전망에 미치는 변수는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는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포함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대한 어떤 정책적 대응을 안내할 만한 최근의 선례가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 직전 중국이 대미 보복관세 계획을 발표한 터라 시장은 파월 의장의 '미지근한' 신호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된 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었다. 파월 의장을 향해 '적(enemy)'이라고 공격을 퍼부은 데 이어 중국에 추가보복을 신호하며 미·중 무역갈등을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간밤 증시 낙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면서 경기침체 신호인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이 다시 나타난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연준은 평소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의 유일한 질문은 파월 의장이나 시진핑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며,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과 연준을 동급으로 놨다. 또 그는 "미국 기업들은 즉각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고 중국에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장과 경제 불안의 책임을 연준에 씌우고 있지만, 진짜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수바드라 라자파 소시에테제너럴 전략가는 "미·중 무역전쟁 확대의 명백한 징후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마감 직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5%포인트 높이는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미·중 무역전쟁으로 초래되는 비용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급락 책임론을 우스갯소리로 소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중 "다우지수가 573포인트나 떨어진 건 세스 몰턴 (민주당) 하원인지 누군지가 2020년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해서인지도 모른다"며 농담조의 트윗을 올렸다. 다우지수는 623.34포인트(2.37%) 급락한 25,628.90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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