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해고에 높아진 가계부담까지'..트럼프 무역전쟁 부메랑 효과

2019-08-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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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대중 관세, 美가계에 연간 600달러 부담"

美유통업체, 소비 위축 우려↑..美소비심리 곤두박질

美관세 수혜주가 피해주로..US스틸 직원 일시해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던진 관세폭탄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관세가 미국 가계 부담을 연간 1000달러(약 120만원)까지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미국 기업들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인한 지출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대표적 수혜자로 꼽히던 미국 철강기업은 수요 둔화 역풍에 대규모 일시 해고 계획을 밝혔다.

◆JP모건 "대중 관세, 美가계에 연간 600달러 부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 가계에 연간 600달러의 비용을 지우고 있다고 JP모건이 추산했다. 

이 은행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예고한 대로 중국산 제품 연간 3000억 달러어치에 10% 추가 관세를 물릴 경우 가계 부담이 1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이번 추가 관세 대상에는 장난감, 전자기기, 신발 등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소비자에 전가되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분석은 대중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다. 지난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국장은 "미국 소비자에 돌아가는 피해는 없다"며 "중국이 모든 부담을 다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 JP모건 주식 전략가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세가 미국 소비자, 즉 유권자의 지갑 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관세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 호조를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엄호하며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홍보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감세 등의 재정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연간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물리기로 했지만 휴대전화, 랩톱, 비디오게임 콘솔 등 일부 제품에 한해 관세 부과를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관세 유예 품목의 규모는 연간 1560억 달러로 집계된다.

◆美유통업체, 소비 위축 우려↑..美소비심리 곤두박질

관세전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는 지출 감소로 이어지기 쉽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소비 위축과 그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20일 미국 최대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디포는 기대치를 웃도는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하고도 올해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중 추가 관세 파장을 우려해서다.

미국 백화점체인 메이시스는 대중 관세 여파로 일부 제품에 대한 물건 가격을 인상하자 고객들의 구매욕구가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일부 관세 비용을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국 경제를 떠받친 건 미국 소비자들이었다. 미국 경제활동에 3분의 2를 기여하는 소비가 얼어붙으면 미국 경제 역시 고스란히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16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2.1을 기록, 올해 들어 최저로 곤두박질치며 경고음을 울렸다.

◆美철강관세 수혜주가 피해주로..US스틸 직원 일시해고

트럼프발 관세폭탄의 수혜기업이 피해기업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최대 철강회사 US스틸은 최근 2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앞으로 몇 주 안에 일시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0일 전했다. 해고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에도 미국 내 공장 2곳의 용광로 가동 중단을 알린 바 있다.

미국 철강업체는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을 때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다. 외국산 제품의 접근을 제한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미국 철강업체들 역시 처음엔 철강관세를 반겼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내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수요가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철강 가격이 급락했다. 열연코일 가격은 지난해 최고점 대비 30% 이상 추락했다.

이 여파에 지난 16개월 사이 US스틸 시가총액은 70%(약 6조86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집계한다. 같은 기간 뉴코어(Nucor) 시가총액도 20%가 사라졌다.

팀나 태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철강 관세가 일부 철강 기업들에 타격을 날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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