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에 떠는 세계경제...비뚤어진 금융시장

2019-08-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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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쏠림 금융시장 왜곡

美소비, 무역전쟁, 逆성장국, 브렉시트 등 촉각

세계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에 휩싸였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왜곡된 금융시장은 1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기시키며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안전자산 쏠림에 왜곡된 금융시장

최근 R의 공포가 부쩍 고조된 건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이 급락한 탓이다.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미국 국채 수요를 자극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채권은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금리가 떨어진다. 주목할 건 미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추락하면서 급기야 장기국채 금리가 단기국채 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채권은 만기가 길면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다. 금리가 일종의 위험감수 비용이기 때문이다.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은 경기침체의 대표적인 전조로 읽힌다.

지난 3월에도 미국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이 일어나 파문이 일었다. 이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보다 최근 일어난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을 더 보편적인 경기침체 전조로 본다. 충격파가 더 큰 이유다.

그나마 미국 국채 금리는 아직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독일 국채는 최근 만기 하루짜리부터 30년짜리까지 금리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때 손실이 불가피한데도 불구하고, 독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의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달러와 일본 엔화도 안전자산 수요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 선물가격도 8월 들어 6%가량 올라 최근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있다.

반면 대표적인 위험자산시장인 증시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요국 증시를 반영한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 16일 현재 약 74조 달러로, 8월 들어서만 3조 달러 넘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정점에 비하면 10조 달러 이상 줄었다.

그 사이 산업수요가 많아 경기선행지표로 꼽히는 구리 가격 역시 5%가량 하락했고, 국제유가도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에도 하락세로 기울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근월물 선물가격은 8월 들어 10% 내리며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밀려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자 최신호에서 금융시장에서 비롯된 일련의 낯선 신호들이 글로벌 침체의 전조일까봐 우려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최근 발표한 7월 산업생산 증가세가 2002년 이후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나는 등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최장기 경기확장세는 침체가 이미 왔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10년물-2년물 금리 차이(스프레드) 추이[그래픽=FRED]


◆곳곳서 "美경기침체 가능성 높아졌다"

뉴욕타임스(NYT) 경제전문기자로 '디업샷(The Upshot)' 칼럼을 쓰는 닐 어윈은 17일자 글에서 미국은 아직 경기침체에 들어서지 않았고 당분간 침체를 피하겠지만, 지난 2주간 미국의 침체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채권시장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7월 말 이후 미국 장기 국채 금리를 고꾸라뜨리며 보낸 메시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대선 전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공동 회장도 최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그 가능성이 40%쯤 된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문조사에서도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1년 안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7월 30.1%에서 8월에는 33.6%로 더 높게 봤다. WSJ의 같은 조사 결과로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년 전만 해도 미국이 1년 안에 침체에 처할 확률은 불과 18.3%에 그쳤다.

NYT의 어윈은 미국이 단기간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아직 3분의1에 불과하지만, 막상 침체가 일어나면 가장 큰 의문은 기존 수단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도 금리가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각국 중앙은행이 침체에 맞설 능력이 고갈된 상태라고 거들었다.
 

독일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 %)[그래픽=트레이딩이코노믹스]


◆글로벌 침체 자극할 리스크는?

CNN비즈니스는 글로벌 침체의 실현 여부와 관련해 주목할 리스크(위험)로 5가지를 꼽았다.

먼저 미국의 소비 침체 가능성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소매판매를 비롯한 미국 소비지표는 아직 탄탄하지만, 침체 우려가 더 번지면 미국인들이 소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음은 악화일로에 있는 미·중 무역갈등이다. 월가에서는 더 이상 미국과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 이전에 무역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JP모건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이에 따른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향후 6~9개월 안에 글로벌 침체가 일어날 확률이 40%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CNN비즈니스는 이외에 독일과 영국을 비롯해 성장률이 이미 마이너스로 꺾인 나라들의 경기침체 여부(2개 분기 이상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경기침체), 세계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향방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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