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경찰 신상털기, 반중시위 참여로 '뭇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캐세이퍼시픽의 한 직원이 홍콩 경찰의 항공편 탑승 개인정보 신상을 유출한 사실이 포착됐다. 이 직원은 해당 경찰의 중국 쓰촨성 청두행 탑승권 정보를 SNS 왓츠앱을 통해 공개하며 '더러운 경찰(黑警)'이라고 욕했다. 그러면서 해당 경찰에 대한 방해 공작을 펼쳐야 한다며 사람들을 선동했다고 신문은 비난했다.
이는 최근 홍콩내 시위가 수주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 지지를 얻고 있는 홍콩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시위대를 진압한 데 따른 불만이 커진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 6월 9일부터 현재까지 홍콩 경찰 1200여명과 그들 가족들 전화번호·주소 등 개인 신상까지 털렸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일 홍콩에 송환법 반대 시위 일환으로 대규모 총파업이 열렸을때 캐세이퍼시픽 직원 최소 2000명이 파업에 동참하고, 최근 캐세이퍼시픽 웹사이트의 항공권 예약 국가 선택 항목에 홍콩·대만을 독립국가로 표기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중국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을 내세워 전 세계 항공사에 대만·홍콩을 별개 국가로 표기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
이밖에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이 영어와 광둥어를 할 줄 모르는 승객, 특히 중국 본토 승객을 차별하며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 몸 낮춘 캐세이퍼시픽 "일국양제 지지" 강조
논란이 커지자 캐세이퍼시픽은 8일 또 한 차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캐세이퍼시픽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그리고 홍콩이 중국의 일부분인 사실을 지지한다"며 "홍콩의 평화·안정을 해치는, 항공 안전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행동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들의 개인행동이 회사 전체를 대변하는 게 아님을 분명히 하며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부당한 행위는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명은 "홍콩은 일국양제와 기본법 아래 고도의 자치를 누리고 있음과 동시에 중국 발전과 긴밀히 연결돼 캐세이퍼시픽 발전에 많은 기회를 가져왔다"며 "홍콩과 중국 발전사업의 기회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고도 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현지 기업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정치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캐세이퍼시픽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홍콩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졌다고 9일 보도하기도 했다.
캐세이퍼시픽은 1946년 설립된 홍콩 최대 항공사이자 아시아의 대표 항공사 가운데 하나다. 한때 홍콩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계 다국적 기업집단인 스와이어 그룹 계열 항공사다. 현재 중국 국영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도 대주주로 있다.
한편 캐세이퍼시픽은 앞서 7일 실적보고서를 발표했다. 올 상반기 매출 535억4700만 홍콩달러, 순익 13억4700만 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화물운송 매출이 감소한 반면, 여객운송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세이퍼시픽은 하반기 전망과 관련해선, 최근 지정학적 긴장감과 미·중무역전쟁으로 경영환경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홍콩의 정치적 불안 상황이 사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