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명보에 따르면 5일 선전만 커우안(口岸, 세관이 있는 국경통과지점) 인근에서 육·해·공 훈련이 진행됐다. 이날 훈련엔 헬리콥터, 장갑방폭차, 쾌속정 등이 대거 동원됐으며, 수 천명의 완전 무장한 특경(特警, 특별경찰)이 이날 집결했다.
이날 온라인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선전만 대교와 홍콩 신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훈련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관계자는 이번 훈련이 홍콩 시위와 관련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중국내 전문가는 최근 광둥성 포산 등에서도 비슷한 훈련이 진행됐다며 헬리콥터 뿐만 아니라 전투기도 대거 훈련에 참여했다며 사실상 홍콩 시위를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홍콩 과격 시위대를 향한 경고 차원에서 이뤄진 훈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일각에선 이는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을 위한 훈련으로 보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최근 들어 홍콩과 가까운 광둥성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특경과 무장경찰 이외에도 앞서 광둥성 후이저우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제74집단군 육군 부대도 최근 잔장에서 반테러 군사훈련을 벌였는데, 당시 이는 홍콩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훈련으로 풀이된 바 있다. 앞서 홍콩 명보는 홍콩에 주둔한 인민해방군이 지난 2001년 홍콩 경찰과 함께 반테러 및 폭동 대응 행동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중국군의 홍콩개입 절차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군 개입설이 잇달아 흘러나오는 것은 최근 들어 홍콩내 시위가 과격양상을 띠면서다. 지난 6월 초 홍콩 행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는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인 5일 홍콩 도시 전체에서 벌어진 총파업에는 약 50만명 이상의 홍콩 시민이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공항이 파업하면서 항공기 수백대가 결항되고 버스 지하철 운행이 차질을 빚는등 교통대란이 초래됐다.
게다가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공격하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훼손하는 등 중국 국가 주권에 도전하는 행위를 보이자 중국 중앙정부로서는 이를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 두개의 체제) 원칙을 흔드는 행위로 보고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6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각) 또 다시 기자회견을 열 홍콩 시위에 대한 입장을 재차 표명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은 두 번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2차 기자회견에서 '약간 새로운 것'을 발표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홍콩 시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판공실은 1차 기자회견에서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홍콩 정부가 단호히 대처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국가주권이나 권력에 도전하거나 외부세력의 개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아직까지 중국 지도부로선 현재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홍콩 정부의 자치권을 존중해 법에 따라 사태를 처리하는 걸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계엄령 같은 비상사태를 선포해 중국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로 중국군을 투입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화하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보인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민주화 요구 시위에 물렁하게 대처할 경우 중국 본토내 정치 민주화 개혁 욕구를 폭발시켜 공산당 권력에 도전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사회질서 회복 명분으로 중국군을 투입하는 등 강경대응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는 것. 특히 이는 국제적 반발을 초래해 글로벌 금융도시인 홍콩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