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자동차(이하 현차) 노조의 파업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해마다 임금협상이 시작되면 반드시 파업을 거치는 패턴이 반복돼 일종의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그러나 최근 SK이노베이션 노사가 3주 만에 단체협약을 마무리하면서 현대차 파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의 요구조건은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노조의 이익만을 내세웠다는 점과 비생산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는 파업 가결 소식과 함께 “사측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에서 승리하는 날가지 전체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지침에 함께 해 달라”며 사실상 올해 파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하게 전했다.
올해도 파업이 현실화되면 현대차 노조는 2012년 이후 8년 연속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5월 30일 사측과 임단협 첫 만남을 가진 뒤 16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러 핵심쟁점에서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에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인력 충원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정년 연장과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에서 노사가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29일 조합원 77.6%의 찬성으로 3주 만에 단협을 마무리했다. 단체협약 조인식까지 걸린 기간은 28일이다. 올 초 임금협상도 30분 만에 타결했다. ‘회사가 잘돼야 직원들도 잘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하부영 현차 노조위원장의 역할을 비롯해 노조의 인식 변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하면 한 푼이라도 더 나온다는 인식이 크다”며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를 가결시키면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해 더 좋은 조건을 이끌어냈던 학습효과가 있으니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반대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에 따른 직접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수요 적기대응 차질에 따른 영업측면의 손실, 회사 이미지 악화라는 무형손실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회사의 손실은 회사의 구성원인 노조원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일이다. 더불어 수많은 협력사들도 연쇄 피해를 겪고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눈에 띄게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분기 만에 1조원을 돌파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증가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만약 노조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면 세계자동차시장 위축과 중국시장 판매 부진, 일본산 부품 수급 차질 가능성 등이 겹친 상황에서 치명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2년 8조4369억원에서 지난해 2조4222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은 지난 29일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기업실적이 악화되면 노조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노조도 바뀌고 사측과 노조 모두 가능한 것을 요구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없애 전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실적악화 등 이슈와 관련해 노조는 조합원과 관련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노조원을 설득해야하는 노동집행부의 역할은 더욱 크다.
하부영 위원장은 지난 2017년 노조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2006년~2008년 동안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으로 일했고 선거 당시 현장조직인 ‘들불’과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연대지지를 받았다. 때문에 강성파로 평가된 인물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만큼 하부영 위원장에게도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도 하 위원장의 행보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