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토지비,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 비용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공공택지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일일이 공공택지 아파트의 가산비를 포함한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승인하고 있다.
정부는 연이은 부동산대책 도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집값 폭등이 이어지자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위험요소가 큰 방법으로 사실상 정부가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신규 분양가를 억제함과 동시에 분양가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 분위기가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큰 목표는 과열양상을 보이는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수익을 떨어뜨려 집값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시장질서를 해쳐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한 차례 시행하면서 겪었던 오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른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축소되면서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 과거에도 이러한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인허가 물량은 평균은 31만3800채에 불과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지 않았던 나머지 해의 평균이 45만4948채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량이 30%이상 줄어든 것이다. 결국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실패로 돌아갔다.
신축 아파트가 점점 귀해져 청약시장에 수요자가 몰리고 당첨 가점이 올라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당첨자들에게 큰 시세차익이 떨어지는 이른 바 ‘로또 청약’ 열풍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통해 당장은 분양가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단지에서는 청약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시장에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오히려 시장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대한 우려와 부담감으로 분양시기를 놓고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서울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강동구 둔촌주공(1만2032가구)은 분양가 문제로 연내 분양이 불투명해 졌다. 이 밖에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 분양일정도 아직 안갯속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건설사들 공급계획 조율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향후 건설사 물량공급은 축소될 것이 불가피해 상한제 도입 전 물량 밀어내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정비사업 등지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과거 겪었던 공급부족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에서도 봤듯이 분양가상한제 도입은 오히려 공급 부족을 야기해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무조건 규제보다 적절하게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