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24개 생보사의 민원 총합은 1만5093건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종전까지 자살보험금 관련 민원이 집중됐던 2016년 하반기 1만5005건의 기록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보험업권은 당초 금융권에서 가장 민원이 많은 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도 워낙 많은데다 보장 영역도 세밀하게 나뉘어 직관적이지 못했던 탓이다. 다만 보험관련 민원의 유형은 상당히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결과적으로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전체적인 민원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보험 판매 영역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집중돼 민원이 발생할 일이 줄었으나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 보험금 지급을 놓고 고객과 싸우는 보험사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또 보험사가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보험사가 고객을 상대로 신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은 총 65건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이 14건의 소송을 제기해 가장 법정 다툼이 잦았으며, 삼성생명도 8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형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소송을 진행할 경우 고객 한 명이 법정 다툼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가 무분별한 소송을 자제토록 외부인이 참여하는 소송관리위원회 구성, 최고경영자(CEO) 보고 의무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으나 대형 생보사는 여전히 소송을 불사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고객에게 피소되는 일도 적지 않다. 최근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형 보험사가 보험금을 최대한 줄여서 지급하려는 탓에 민원이나 소송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보험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에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