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겨울왕국’과 ‘어벤져스’ 등 인기 캐릭터의 완구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하스브로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비율이 현재 70%선에서 2020년 말까지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생산 비중을 60%대로 낮추겠다는 당초 계획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하스브로가 ‘탈(脫)중국’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브라이언 골드너 허스브로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낮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의 우려 때문에 이미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스브로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오랜 기간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여기던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는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 옮기고 있고, 중국에만 의존하던 제조 공급망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애플은 중국생산량의 15~30%를 다른 국가로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애플의 이어폰인 에어팟을 제조하는 중국 전자기기 제조업체 고어테크는 베트남 북부에 공장을 마련하고 몇 주 내로 최신 모델 양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조립·생산하는 대만 훙하이그룹(폭스콘)도 아이폰의 최신 모델을 인도 남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컴퓨터 브랜드인 휴렛팩커드(HP)와 델은 중국내 노트북 생산의 최대 30%를 동남아시아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자사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생산의 일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고, 전자기기 브랜드 고마쓰도 생산기지의 일부를 미국이나 일본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로 인해 중국 고용 시장은 이미 타격을 입었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중국 제조업에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미국의 관세 인상 직후인 지난 5월 말 이후 150~19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까지 포함됐다.
CICC는 보고서에서 "만약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이 고조되면 제조업 일자리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고용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의 탈중국 행렬에 대해 이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해외 이전기업 수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 영세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3일 신문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광둥성의 경우, 해외 이전한 외국기업은 599곳으로, 전체 외국인이 투자한 전체 제조업 기업의 1.44%에 불과하다"며 "반면, 같은 기간 광둥성에 투자한 외국기업은 모두 1918개나 달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