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미중전쟁

2019-07-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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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을 지렛대로 중국을 겨냥한 미국

- 파병은 미국편 공식화...중국 보복 대비해야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안보 청구서를 내밀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도발을 막을 사실상 연합군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곳이다. 글로벌 석유 수급 안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달러 패권 유지에 결정적인 지역이다. 2010년 이후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은 석유 자급이 가능해졌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연합군 결성을 추진하는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 그 것은 이제 미국과 동맹국이 아니라 중국의 석유 수급 안정과 관련된 문제다. 필요할 경우 중국 경제의 동맥을 끊겠다는 게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초점이다. 아직 미국이 우리에게 파병을 공식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파병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우리 석유 수입량의 70%가 이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파병이 이뤄질 경우 그 것은 미중 무력충돌 시 우리가 미국 편에 설 것임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 연합군 결성에 나선 미국···파병 거부하기 힘들 듯 

미국이 일본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위대 파병을 요청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일본은 2015년 미국이 위험에 처할 경우 자위대를 파병하는 집단적 자위권 개념을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파병을 타진하고 있고 앞으로 수주내 연합군에 참여할 국가들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니혼게이자이 보도의 골자다.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기간 중에도 미국의 파병 요청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가 거부할 마땅한 명분이 없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파병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수송량의 60%가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쓴 대로면 중국은 원유 수입량의 91%가, 일본은 62%가 이 해협을 지난다. 우리는 70% 이상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 '내 편에 서라'는 차원에서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며 "'석유 보급선 확보'라는 충분한 명분이 있으므로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군 상대는 이란 아닌 중국···미중 전쟁시 미국편 공식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미중 패권전쟁과 연결지은 송대성 전 소장의 발언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파병은 곧 미중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우리가 미국 편에 설 것임을 공식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병을 결정할 때 중국의 보복과 그 후폭풍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 지배력과 관련된 미중 패권경쟁은 중국이 일대일로와 이에 맞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핵심이다.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미국이 가진 해상 패권을 뺏겠다는 게 중국 일대일로의 목적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해상 석유 수입로에 중국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를 확보하는 게 일대일로 계획의 실체다.  

중국은 이른바 부채의 덫을 이용해 말레이시아와 스리랑카, 네팔, 몰디브, 파키스탄 등지의 항구 운영권 획득을 노렸다. 이 중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운영권을 획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과다르 항구는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있다. 파키스탄으로부터 43년간 과다르 항구 운영권을 받은 중국은 이 곳과 중국 내륙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명분으로 과다르 항구에 중국 인민군을 주둔시키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중국이 자국 유조선 보호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에 항공모함을 보낼 경우 과다르 항구가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상 패권 유지의 필요성이 줄었다. 2005년까지 하루 1200만 배럴에 달했던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2019년 200만 배럴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의 관점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가 미국이 이익이 아닌 동맹국의 이익인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원유수입량은 2015년 하루 740만 배럴을 넘어서며 미국을 앞질렀다. 호르부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가 이제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의 문제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맞서 연합군 결성에 나선 건 이란을 지렛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중국 향행의 자유를 필요할 경우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미국 국무부가 지난 2일(현지시각) 브리핑한 트럼프의 방한 성과를 주목할 만하다. 국무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맹국으로서 적극 협력할 것임을 다짐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을 당시 첫머리에서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조화로운 협력을 약속한 것을 이같이 공식화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침묵하고 있다. 속내가 두렵다. 

▲ 호르무즈 해협과 달러 패권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패권을 포기할 수 없는 건 궁극적으로는 달러 패권과 연관이 깊다. 패권을 둘러싼 달러와 석유간 밀월의 내막은 1974년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맺은 이른바 달러 협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디 석유는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 금고에 금이 바닥난 미국은 태환 대상을 금에서 석유로 대체하면서 기축통화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세계,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개발을 위해 막대한 석유가 필요했다. 그리고 석유를 사기 위해서 미국에 상품을 팔아 달러를 벌어들여야 했다.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최근 책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에서 자유무역 시스템은 이같은 이해관계에서 탄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우디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해군력으로 안전한 수송을 보장해 주고, 미국 시장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달러패권은 붕괴된다. 중국이 미국 동맹국 유조선의 해상 안전을 보장할 리 없다. 세계 1위  석유수출국인 사우디 입장에서도 더이상 석유를 사지 않는 미국과의 달러 협약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이런 와중에 압둘 아지즈 국왕의 아들 빈살만 왕자가 최근 파키스탄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 총 480억달러(약 54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것은 미국 입장에선 간과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 돈은 100% 과다르 항구 인프라 확충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이를 상품화하는 석유화학 단지 건설에 쓰이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새로운 VIP인 중국을 융숭히 대접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런 관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에 부정적이다. 피터 자이한의 지적대로 자유무역 시스템은 달러 패권을 위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내준 당근이다.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질 수록 전세계는 벌기 힘든 달러로 석유를 계속 결제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결전을 앞두고 사우디에게 계속 손을 내미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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