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고의 투수는 단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었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유일한 투수다.
하지만 ‘괴물’로 변신한 류현진을 지독하게 괴롭힌 타자는 ‘천적’ 놀런 에러나도(콜로라도 로키스)였다. 류현진은 에러나도만 만나면 작아졌다.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완패했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4이닝 7실점을 기록한 ‘쿠어스필드 악몽’의 중심에도 에러나도가 있었다. 에러나도는 올 시즌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과 2루타를 포함해 3안타 1볼넷을 뽑아내며 통산 상대 타율을 0.609(23타수 14안타)까지 끌어올렸다.
류현진이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에러나도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 자리는 승부의 세계가 아닌 메이저리그 최고의 별들이 모인 축제의 현장이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선발투수 자격으로 올스타전에 나서고, 에러나도는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천적에서 동료로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헌팅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클럽하우스에서 에러나도를 만나면 어떻게 해줄 것이냐’는 난감한 질문이었다.
이에 류현진은 “그냥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류현진이 “다른 팀에 있는 선수들은 못 만나본 선수들이기에 다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특별히 만나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기보다는 모든 선수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한 직후였기 때문에 더 큰 폭소를 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