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한·일 양국의 갈등으로 일본 제품 판매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국내 출시를 예고한 일본 제품 관련 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는 것. 이들 기업들은 정확한 취소 이유를 함구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양국 간 관계 악화에 부담을 느낀 것이란 해석이다.
TV홈쇼핑에선 일본 여행상품 판매 방송이 잇달아 취소됐고, 편의점 맥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던 아사히맥주가 카스에 왕좌를 내줬다.
JTI코리아 측은 “실내 흡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외 행사로 예정했는데 당일 비가 예보돼 부득이하게 미룬 것”이라고만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일본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연기한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맞춤 시계 브랜드 놋토(knot)도 오는 26일로 예정했던 한국 진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놋토는 시계 무브먼트(동력장치) 20여종과 스트랩 200여종을 자유롭게 조합해 ‘나만의 시계’로 제작할 수 있다. 수입판매사 측은 일본 각지에 있는 전통 장인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품을 생산,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실려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놋토의 국내 수입판매사인 아이벨 이정준 대표는 “한일간 사회적 이슈로 인해 일본 본사와 합의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대표 전자회사인 소니도 11일로 예정했던 무선 이어폰 출시 행사를 취소했다. 당초 소니는 신제품 체험이 가능한 형태의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공지했으나, 소니 측은 e메일로 ‘내부 사정’이라고 짤막하게 취소 이유를 공지했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잇달아 일본 여행상품 판매 방송을 취소하고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A홈쇼핑은 지난 7일 방송 예정이던 홋카이도 여행상품 방송 대신 국내 여행상품 방송을 편성했다. 5일 오사카 여행상품을 판매하려던 B홈쇼핑도 일반 상품으로 변경했다.
수입맥주 1위인 일본 맥주도 일본 불매운동을 이유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에선 수년째 판매 1위를 기록해온 아사히(500mL)가 주간 판매 순위에서 카스에 역전됐다.
GS25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500㎖ 대용량 캔 부문에서 한국 맥주 브랜드인 카스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6월 26일~30일)까지만 해도 아사히가 매출 구성비 13.3%로 1위였으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 비중이 10.0%로 떨어지며 카스(14.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