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닛케이신문 중문판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인 페로텍이 올 한해 설비투자에 모두 480억엔(약 52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30% 늘어난 것으로, 연간 최대 투자액이다. 이 중 중국에 대한 투자가 460억엔으로 96%를 차지한다.
이중 대부분은 페로텍이 중국기업과 공동 투자해 설립한 저장성 항저우 반도체 웨이퍼 공장 생산설비에 투자된다. 이를 통해 오는 내년 1월부터 200mm 웨이퍼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미·중 무역마찰로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까지 '관세폭탄'을 투하하고 있는 데도 페로텍이 중국에 대한 투자 늘리기로 한 것은 최근 중국내 자국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지만, 현재 중국 반도체 자급율은 15% 남짓에 불과하다. 첨단 제조업 발전을 외치는 중국은 반도체 자급율을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의 집중 견제로 반도체 기술 개발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페로텍의 중국 투자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 페로텍도 미·중 무역전쟁 영향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페로텍이 중국서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 부품은 미국의 관세대상이기 때문. 이는 올해 페로텍의 영업이익을 끌어내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또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채 증가에 대해서도 시장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페로텍은 199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상하이·항저우 등지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초 페로텍 한국법인은 한국 기업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우리나라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4월 페로텍은 한국 내 자회사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